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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카베

[COC | 카베] 괴물예찬론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괴물예찬론-

 

W. 청서

가끔은 생각해,
이런 나도 누군가를 구하는
영웅이 될 수 있었을까.

KPC.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PC. 카라 프리지아

 

플레이 타임: 대략 7시간

 

엔딩: B

 

!이하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0. Hero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 알람 소리가 잠을 깨웁니다.

 

버스로 20분, 한 번 갈아타서 지하철로 30분.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이동하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지금 일어나야 회사에 지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건조한 눈을 문지르며 커피를 내리면, 뉴스에서는 아나운서가 심각한 표정으로 오늘도 한층 더 다가온 외계 행성에 관해 보도합니다.

 

크리쳐 사태가 종식되었음에도 새롭게 나타난 인류를 향한 위협에 안전 지대의 대부분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육안에 보이는 정도의 크기에서 하늘의 반을 뒤덮을 때까지 그리 긴 시간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낯선 행성의 방문에 관해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인터뷰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너무 무서워요.”

 

“외계인의 침공?”

 

“지금이 우리에게 영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가볍게 흘려듣던 크리스는 문득 영웅이라는 말에 TV를 봅니다.

 

척봐도 수상해 보이는 사람들이 하얀 로브를 입고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뗍니다.

 

“하지만 두려워 마세요, 영웅은 곧 돌아옵니다. 우리는 구원받을 것입니다.”

 

무언가 대책이 있나 싶었는데, 그냥 평범한 사이비 종교였나봅니다.

 

보온병에 커피를 옮겨 담으면, 나갈 시간입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면, 버스 시간표를 볼 수 있습니다.

 

늘상 타고 다니는 버스는 칼같이 3분 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벤치에는 지나치게 큰 후드집업을 입고 모자를 뒤집어쓴 5살 남짓의 아이가 무릎을 껴안고 앉아있습니다.

 

크리스 : (시간 한 번 봤다가... 벤치에 털썩 앉는다. 일 분 정도 멍하게 시간을 버리다가...) 좋은 아침, 지금은 출근 시간이라 버스 타기 힘들걸. 엄마 아빠는 어디 계셔?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듭니다.

 

어떤 의지가 보이지 않는 멍한 얼굴입니다.

 

자세히 보니, 무릎이나 팔 곳곳에 멍과 생채기가 알록달록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아이는 다른 곳을 응시하다, 무릎에 고개를 묻습니다.

 

버스는 3분이 지나도 오지 않습니다.

 

버스 시간표 아래에 적힌 번호대로 전화를 걸 수 있습니다.

 

크리스 : (됐다, 이름도 모르는 애랑 무슨 대화를 하겠다고... 대화 시도하는 대신 전화를 건다.)

 

전화를 걸면 몇 번 신호음이 가더니 버스 관리 센터의 직원이 전화를 받습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고객님. 다수의 버스 기사들이 파업을 선포하셔서 현재 해당 지역으로는 버스가 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들 마지막 순간은 가족들과 있고 싶다고 그만두셔서….”

 

크리스 : 네?? 그런 건 미리미리 정류장에 공문이라도 붙여 놓으라고요.

 

"죄송합니다. 저희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상황입니다.

 

버스가 오지 않으면 40분을 걸어서 지하철이 있는 곳까지 가야 합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라면 버스를 타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지하철에 잔뜩 몰릴 테고, 분명 끔찍한 포화와 연착이 지속되겠죠.

 

직장에 늦으면 사수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지까지 생각이 치닫습니다.

 

그냥 가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때, 길 건너에서부터 하얀 로브를 입은 사람들 한 무리가 건너옵니다.

 

그들은 아이와 크리스를 발견하곤 가까이 다가옵니다.

 

수상한 사람 : 여기 있었구나!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이 아이는 저희 소속입니다. 자, 가자.

 

그 모습은 굉장히 익숙합니다.

 

크리스는 이들이 TV에 나왔던 사이비 종교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아이는 그들을 보더니 안색을 굳히고 크리스의 옷깃을 살짝 잡습니다.

 

미미하게 고개를 흔들기까지 합니다.

 

수상한 사람 : 왜 이러는 거니? 이러면 착한 아이가 아니지. 또 교육을 받고 싶은 거야?

 

사이비 종교의 사람들은 아이를 엄한 투로 꾸짖습니다.

 

이어서 억지로 데려가고자 손을 잡아끌기까지 합니다.

 

아이가 이를 거부하자 가장 앞에 선 사람이 폭력을 휘두르려는 듯 손을 높이 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크리스 : 싫다고 하잖아요. 뭐 하시는 거예요? (손목을 잡아 막는다.)

 

크리스에게 기능치 [용기]가 부여됩니다.

 

크리스, 용기 판정.

크리스 : cc<=30 용기 (1D100<=3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4 > 74 > 실패

 

크리스는 손목을 잡았으나, 얼마 못 가 놓아 버립니다.

 

용기가 10 상승합니다.

 

수상한 사람 : 뭐하시는 겁니까? 이 아이는 우리 소유입니다.

 

수상한 사람 : 어서 돌려주시죠. 아이는 우리와 함께 가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는 재빠르게 크리스의 뒤로 숨습니다.

 

사이비 종교의 관계자들은 당신에게 아이를 돌려줄 것을 요구합니다.

 

크리스 : 어린애한테 무슨 짓이에요? 사람을 소유물처럼 말씀하시는 단체가 일반적인 단체일 리 없다는 건 알겠네요. (몸으로 뒤에 숨은 아이를 가린다.)

 

크리스, 용기 판정.

크리스 : cc<=40 용기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5 > 55 > 실패

 

크리스의 목소리는 줄어들고 몸은 소극적으로 움직입니다.

 

사이비들은 당신의 눈앞에서 아이를 질질 끌고 갑니다.

 

용기 10 상승합니다.

 

아이가 당신에게 도움의 눈빛을 청합니다. 도와준다면 용기 판정입니다.

 

크리스 : 싫다고 하잖아요...! (아이의 팔 잡아 당겨 온다.)

 

크리스, 용기 판정.

크리스 : cc<=50 용기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0 > 50 > 보통 성공

 

크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안아 들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수상한 사람 : 이게 무슨 짓이죠? 이건 납치예요. 저희 아이를 돌려주시죠.

 

사이비 종교의 관계자들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손을 뻗습니다.

더보기

펄프 재능 [맷집]을 부여 받습니다.

 

운 10점을 사용해 전투 한 라운드에 들어오는 피해를 5점까지 면할 수 있습니다.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눈앞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일단 달립니다.

 

뒤에서부터 당신을 뒤쫓는 소리와 짜증 섞인 욕설이 들립니다.

 

다가오는 종말, 엉망이 되어버린 하루, 부서진 쳇바퀴, 그리고 생애 첫 일탈.

 

용기가 10 상승합니다.

 

당신의 품에 안긴 아이가 처음으로 입을 뗍니다.

 

아이 : 가야 하는 곳이 있어요. 그런데 혼자서는 갈 수가 없어서…….

 

크리스 : ...어디인데? 어차피 출근하기엔 늦었고... 데려다 줄게.

 

아이는 묵묵하게 손목에 있는 기기를 조작해 좌표를 띄워줍니다.

 

여기서부터 3블럭 떨어진 거리의 가장 높은 건물입니다. 건물명은 X 제약회사라고 하네요.

 

버스는 운행하지 않고, 지하철이 있는 대로변에는 사이비 종교의 관계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달려서 갈 수 밖에 없네요. 가는 도중에 아이에게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 : (하... 왜 내가 이런 일에 말려들어서...) ...이름이 뭐니?

 

아이 : ...오데트. 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크리스 : 쫓아오던 사람들이랑은, 무슨 관계야?

 

아이 : 그 사람들이... 절 데리고 실험을 했어요. 종교적인 이유에서요.

 

아이 : 그 사람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저는 X제약회사에 가야만 해요.

 

크리스 : 세기말이니 별 인간들이 다 돌아다니는구나... (살아오면서 봤던 나쁜 놈들 떠올려 본다. 기껏해야 반의 양아치나, 야근 주는 상사들.) X제약에는... 왜? 그 사람들을 확실히 막을 수 있는 게 있어?

 

아이 : 네. X제약에는... 영웅이 잠들어 있거든요.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는 영웅을 깨우러 가는 거예요.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누면 추격이 따라붙습니다.

 

아까와는 다른 인원이 두 사람을 쫓아옵니다.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보지만, 그 중 한 명이 이쪽을 향해 총을 겨눕니다.

 

회피 불가, 1D10의 대미지가 들어옵니다.

 

크리스, hp -1.

 

탕! 그와 동시에 스파크가 튑니다.

 

피격 부위는 크리스의 왼팔입니다.

 

총을 맞은 부분을 확인해보면, 내부의 회로와 부품이 드러나 흉한 모습입니다.

 

크리스의 핸드아웃이 공개됩니다.

 

용기가 10 상승합니다.

더보기

펄프 재능 [강심장]을 부여 받습니다.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부상을 보거나, 시체를 보았을 때의 이성 손실을 무시합니다.

총알은 계속해서 쏟아집니다.

 

아무리 내구도가 높은 안드로이드라고 해도, 빗발치는 탄환 속에서 아이를 지키며 손상을 줄일 수는 없습니다.

 

아이 : 미안해요, 나 때문에…….

 

여기서 선택의 시간입니다.

 

포기하고 아이를 건네준다거나, 하다못해 여기서부터는 따로 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 : 괜찮아, 나는 안드로이드니까. 내 운명은 여기까지였나 봐. 이제 와서는 더 내뺄 것도 없지... (쓸쓸히 웃는다.) 가자.

 

그 모든 것에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끝까지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면 용기 판정입니다.

 

크리스, 용기 판정.

크리스 : cc<=70 용기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1 > 41 > 보통 성공

 

크리스는 아이를 안고, 마저 목적지로 달려갑니다.

 

총알이 날아듭니다. 회피 불가능합니다.

 

크리스, HP -3.

 

너덜너덜해진 안드로이드가 아이를 안고 X제약회사의 지하층에 돌입합니다.

 

보안을 해제한 것은 다름이 아닌 아이입니다.

 

안드로이드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곳은 없습니다.

 

눈앞에 거대한 실험관들이 보입니다.

 

진귀한 풍경입니다. 더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 크리쳐가 용액 속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안은 안드로이드가 향한 곳은 가장 깊숙한 곳입니다.

 

아이가 그곳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갇힌 실험관까지 도달하자, 당신의 몸이 고장을 알립니다.

 

눈 앞으로 붉은 신호가 점멸합니다.

 

안드로이드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쓰러집니다.

 

아이는 울고 있습니다.

 

눈 앞에 버튼이 있습니다. 누르겠습니까?

 

크리스 : 오데트, 이거 누르면 돼?

 

아이 : (울면서 끄덕....)

 

아이 : 미안해.. 미안해요.

 

크리스 : 울지 마. 애들이 우는 건 안 좋아하니까... (버튼 꾹 누른다.)

 

마지막으로, 안드로이드는 전선과 회로의 덩어리로만 존재하는 검지로 실험관의 버튼을 누릅니다.

 

그러자, 실험관 내부에서 울컥, 하고 기포가 올라오더니 내부로 이어진 전선으로 전기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것으로 당신의 임무는 끝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드로이드 시스템이 종료됩니다.

 

송출되던 눈앞의 영상이 차츰차츰 흐려집니다.

 

지긋지긋하던 하루의 연속, 어쩌면 이것은 간신히 얻어낸 휴가일지도 모릅니다.

 

아이 : 있잖아요, 이런 말…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아이는 안드로이드의 손을 잡고 말합니다.

 

아이 : 당신은 세계를 구한 거예요.

 

아이 : 이름을 못 물어봤네요. 당신의 이름은...

 

크리스 : 크리스. 굳이 기억하진 않아도 괜찮아. 그보다는 눈앞의 영웅에게 집중해야지...

 

아이 : 당신도 내게 있어서는 영웅이에요.

 

신체를 구성하는 은빛 부품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그 원심력을 따라 돌아가는 것은 프로그래밍된 일과, 약간의 전류, 그리고 당신.

 

어쩌면 수백억분의 일의 확률로 발생된 오차.

 

전원을 구동하던 마지막 바퀴가 원을 그리며 느릿하게 굴러갑니다.

 

이 마음이 연산의 결과라면 세상은 거대한 기계장치일 거야.


가끔은 생각해,

이런 나도 누군가를 구하는

영웅이 될 수 있었을까.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RESTART

 


 

호흡을 도와주는 산소 마스크,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쓰디쓴 액체, 전신에 엉겨 붙은 전선, 양손을 구속하는 쇳덩이,

 

그리고, 터질듯 빨리 뛰는 심장.

 

덜컹, 소리와 함께 실험관이 열리고, 카라는 액체와 함께 앞으로 쏟아지며 바닥을 구릅니다.

 

갑작스럽게 들이차는 산소에 폐가 아려와 숨 쉬기가 힘들고, 억지로 뜯겨져 나가는 전선이 따갑습니다.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이나 헐떡인 끝에,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실험관이나 연구 자료로 가득한 어딘가의 실험실입니다.

 

푸르스름한 빛이 실내에 고여 주기적으로 깜빡거립니다.

 

어두운 종이로 뒤가 덧대인 유리창에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카라 역시 환자나 입을 법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창백한 인상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앞에는 아주 어린 아이가 서있습니다.

 

아이는 죽은 듯이 누워있는 안드로이드 옆을 지키고 있습니다.

 

카라가 몸을 일으키자, 아이는 안드로이드의 눈을 감겨주곤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오데트 : 정신이 들어?

 

아이의 얼굴은 굉장히 낯익습니다.

 

채도가 낮고 밝은 머리, 그리고 푸른색 눈.

 

자세히 살펴보면, 오데트(델타)와 굉장히 닮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외형이 한참 어려보인다는 부분이겠죠.

 

그 얼굴을 본 순간, 카라는 아주 예전의 일을 떠올립니다.

 

오데트와 콘라드, 승급전, 그리고 베나스. 그러고보니 베나스는 어디에 있죠…?

 

오데트 : 널 구하러 왔어.

 

이래저래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네요.

 

카라 프리지아 : ...상황 설명 좀 해봐. 내 마지막 기억은 테러가 일어난 안전지대 한가운데였는데.

 

오데트 : ...그러니까, AOC에 의해서 악신이 소환되고... 카라는 그것과 싸우다가 죽었어.

 

오데트 : 남은 사람들끼리 신정부를 수립해서 안전지대를 재건해나가다가 테러가 발생했지.

 

카라 프리지아 : (나는 또 죽었고...)

 

오데트 : 나는.. 잡혀가서 능력을 추출당했어. 그 반작용인지 뭔지, 체구가 이만큼 작아졌고. 콘라드랑 베나스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오데트 : 네가 분명히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어딘가에 산 채로 포획되어 있다는 정보를 얻고 탈출을 감행했어. 그렇게 지금에 이른 거야.

 

오데트 : 악신은 퇴치됐지만... 어째서인지 멸망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실험실에만 갇혀 있었던지라, 더 말해줄 수 있는 건 없네. 나랑 카라를 납치한 그.. 사이비들은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카라 프리지아 : 세상은 대충 망했군. (일단 몸 일으킨다.) ...옆에 널브러진 그 안드로이드는? 네 소유?

 

오데트 : 크리스야. 여기까지 오게 도와줬어.

 

실험실 내부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연구 자료], [좌측 실험관], [우측 실험관], [특별 보관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라 프리지아 : 이름도 있냐... 아무래도 좋지만. (주변에 있는 연구 자료를 훑어본다.)

 

카라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결과가 나와있습니다.

 

키, 체중, 이름, 신변에 관한 모든 정보 뿐만이 아니라 세포 단위로 당신을 분석했습니다.

 

물론 대부분이 ‘불명’으로 나와있습니다.

 

가볍게 훑어 보는 도중 형광펜으로 강조된 문장을 발견합니다.

 

▒▒전의 신체 구조 데이터와 99% 이상 일치하지 않음

 

카라 프리지아 : (좌측의 실험관 앞에 선다. 그 내용물 눈으로 살핀다.)

 

금속형 크리쳐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파편 별로 조각난 크리쳐, 통째로 포획되어 가사 상태에 빠진 크리쳐, 의식이 있는 크리쳐…….

 

그 중 하나가 안구로 추정되는 부분을 데로록 굴려 이쪽으로 시선을 둡니다.

 

어쩐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듭니다.

 

카라 프리지아 : 음~ 비위 상해. (...우측에 있던 실험관 앞으로 향한다.)

 

생체형 크리쳐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잘려나간 크리쳐의 일부부터, 포획되어 가사 상태에 빠진 크리쳐, 의식이 있는 크리쳐…….

 

그 정체를 아는 당신으로서는 인체 실험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듭니다.

 

두 실험관을 전부 살펴본 뒤, 도합 몇십 체의 크리쳐가 이곳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카라 프리지아 : (...애써 시선 돌리면서 특별 보관실로 향한다. 이쪽은 얼마나 비위 상하려나...)

 

엄중한 소독 절차를 거친 뒤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실 평수는 굉장히 좁습니다.

 

크리쳐와 관련된 물건과 증거품이 보관되고 있습니다.

 

관찰 판정.

카라 프리지아 : cc<=50 관찰력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0 > 30 > 보통 성공

 

깨끗하게 복원된 제복과 무기를 발견합니다.

 

환자복은 활동하기 불편하니, 갈아입을 수 있습니다.

 

카라 프리지아 : (문 닫고 AOC 제복으로 환복한다. 잠시 후 터벅터벅 걸어나온다.) 오데트―. 그래서 날 왜 구하러 온 거야.

 

카라는 오데트가 창백한 안색으로 바닥에 쓰러져있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카라 프리지아 : 야, 괜찮아? (빠르게 달려가서 상태 확인한다.)

 

상태를 확인하면 오데트가 기침하며 말합니다.

 

오데트 : 괜찮아. 실험 후유증 때문이니까.

 

카라 프리지아 : 안 괜찮은 거잖아.

 

오데트 : 나는, 여기에 두고 가. 방금 통신기를 찾아 예전에 사용했던 AOC 전파에 잡히도록 연락을 넣었으니 운 좋으면 지원이 올 거야. 지금 AOC로 가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조심, …….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 채, 오데트는 기절해버립니다.

 

자세히 보니 입술에 각질이 일어나있고, 야윈 팔다리 곳곳에 멍자국이 있으며, 영양 상태가 굉장히 나쁩니다.

 

카라 프리지아 : (진짜? 버리고 가? ...) ...너 죽어도 내 탓은 아니다. 델타니까 죽진 않겠지만. (일단 밖으로 나간다.)

 

오데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결국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시기에 AOC라고 하면…….

 

카라가 죽은 이후의 베나스, 안대를 착용한 채 전광판에 나오던 모습 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카라가 X제약 회사 밖으로 나오면, 바깥의 풍경은 예전에 본 미래와 확연히 다릅니다.

 

푸른 빛을 발하는 중앙관리체제가 떠있고, 안드로이드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돌아 다니긴 하지만, 공통점은 그것 뿐입니다.

 

군데군데 폐허가 된 건물, 길거리에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 보는 사람들, 천공에 거대하게 드리운 행성의 그림자, 파손된 도보.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전광판에서는 아나운서가 불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어 말하고 있습니다.

 

크리쳐 사태가 종식되었음에도 새롭게 나타난 인류를 향한 위협에 안전 지대의 대부분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낯선 행성의 방문에 관해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인터뷰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너무 무서워요.”

 

“외계인의 침공?”

 

“지금이 우리에게 영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척봐도 수상해 보이는 사람들이 하얀 로브를 입고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뗍니다.

 

“하지만 두려워 마세요, 영웅은 곧 돌아옵니다. 우리는 구원받을 것입니다.”

 

문득 카라의 등에 소름이 돋습니다.

 

정신을 잃기 전, 테러가 일어난 안전지대에서 눈을 떴을 때 카라를 공격한 사람과 목소리가 완전히 똑같습니다.

 

AOC라고 해서 그렇게 깨끗한 상태는 아닙니다.

 

카라 프리지아 : (뒷목 만지작...)

 

입구를 지키던 세큐리티까지 전부 도망쳤는지, 건물은 텅 비어 있습니다.

 

어디로든 가볼 수 있지만, 소장의 방을 제외하고는 전력도 돌지 않는데다가 쥐가 들끓어 다니기 좋은 곳은 아닙니다.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폐건물입니다.

 

회귀라는 사실이 지금도 크게 실감나진 않지만, 어떻게 봐도 카라가 겪었던 일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원래대로라면 베나스가 안전지대를 크게 부흥시켜서, 카라가 올 때까지 평온하게 안전지대를 수호해야 하지 않나요?

 

지금 상태로는 당장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AOC 역시 망한지 오래고요.

 

카라 프리지아 : ......이거 내가 아는 게 아닌데. (일단 오데트가 말한 게 있으니... AOC로 향한다.)

 

엘리베이터도 운행하지 않으므로 최고층까지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소름 끼치는 물소리, 그리고 문을 열 때마다 귀를 자극하는 녹슨 소리를 이기고 최고층으로 향합니다.

 

섬뜩한 기분과 함께 복도를 지납니다. 낯선 기시감이 스쳐 지나가고, 소장실의 문을 열면…….

 

누군가가 거대한 전면창을 등지고 서있습니다.

 

전신에 딱 달라붙는 롱 코트, 깔끔하게 고정한 안대, 꼿꼿하게 선 자세, 그리고, 하나로 올려 묶은 붉은 머리.

 

붉은 머리?

 

나타샤 폴 블레인 : AOC의 전 영웅이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카라는 안대를 착용한 나타샤와 마주합니다.

 

짙게 다크써클이 내려온 눈가, 초췌해질 대로 초췌해져 움푹 패인 양뺨이 씰룩거리며 반항적인 미소를 지어냅니다.

 

나타샤 폴 블레인 : 독이 들은 와인이라도 대접할까요?

 

카라 프리지아 : 손님 대접은 사양하지. 당신은 어쩐 일로 여기 있는 거야? 지금 안전지대의 관리자는 당신인가?

 

나타샤 폴 블레인 : 그냥 풍경을 보고 있었습니다. (창에 힐끗 시선을 두다가) 맞습니다. 당신은 모를 만도 하겠네요.

 

현재 AOC의 관리자는 나타샤입니다.

그렇다면, 나타샤의 눈앞에서 도핑을 겪고 장렬하게 산화한 사람은... 에보니겠죠.

 

카라 프리지아 : 바깥 상황이 개판이던데. ...지금껏 이딴 걸 관리라고 한 건가?

 

나타샤 폴 블레인 : 에보니의 유언을 따라서 안전지대를 지키려 했지만, 보다시피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손을 놓았습니다. 때로는 어쩔 수 있는 부분도 있는 법이죠.

카라 프리지아 : cc<=40 심리학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7 > 87 > 실패

 

속을 전혀 모르겠습니다. 처음 보는 모습에 당황스럽기만 하네요.

 

카라 프리지아 : 에보니가 지킨 세상을 그렇게 놓아 버려도 괜찮은 건가? (...) 그래, 어차피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지. 내 파트너는 뭐 하고 지내는지 당신은 알고 있어? 덤으로 콘라드나 오데트도.

 

나타샤 폴 블레인 : 함부로 말하는 건 쉬운 일이죠. (가만히 미소 짓는다.) 글쎄요. 소장을 비롯한 대다수의 AOC 대원은 사망했고, 크리쳐는 멸절했습니다. 콘라드와 베나스는 행방불명이라 모르겠네요. 당신도...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상황을 대충 파악하면, 이성 판정 1/1d3.

카라 프리지아 : cc<=90 이성체크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6 > 76 > 보통 성공

 

이성 1 감소합니다.

 

당신은 대화 도중에 위기감을 느낍니다.

 

심리학 판정.

카라 프리지아 : cc<=40 심리학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 > 3 > 대단한 성공

 

나타샤가 숨기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눈치 챕니다.

 

카라 프리지아 : 불안해 보이네.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나타샤 폴 블레인 : (웃음이 약간 비틀리더니) 무언가 이상해도, 지금 가면 그냥 보내드리겠습니다. 당신을 보면 어쩐지 동류를 보는 것 같아서요.

 

이어서 관찰 판정입니다.

카라 프리지아 : cc<=50 관찰력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9 > 59 > 실패

 

강행 가능합니다.

 

카라 프리지아 : (눈 씻고 다시 보기...)

카라 프리지아 : cc<=50 관찰력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4 > 74 > 실패

 

카라, 행운 판정.

카라 프리지아 : cc<=60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1 > 51 > 보통 성공

 

문득 나타샤의 옆으로 시선이 옮겨갑니다.

 

아무렇게나 밀려난 소장용 테이블, 그 위에는 서류가 놓여 있습니다.

 

그 서류에 찍힌 문양은 당신이 연구소에서 본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 연구소는,

 

사이비 종교의 것이었죠.

 

눈치챈 순간 전투가 발생합니다.

 

품에서 단도를 꺼낸 나타샤의 기습입니다.

 

거리를 단숨에 좁혀와, 장거리 탄환을 쓸 겨를이 없습니다.

 

대 크리쳐 살상용 무기는 근접 모드만 사용 가능합니다.

 

나타샤 폴 블레인 : 마음 같아선 그냥 보내드리고 싶었는데요.

 

숨결이 닿을 듯 가까워진 거리에서 단도를 쥔 손에 힘을 주며 나타샤가 웃습니다.

 

그 얼굴에 보이는 광기는 분명히 익숙합니다.

 

그야, 카라는 그 손으로 똑같은 표정을 지은 베나스를…….

 

나타샤 폴 블레인 : 이대로 두면 계획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하지만 망설일 시간은 없습니다.

 

TFR에서 습득한 스킬, 눈의 검과 얼음 방패 사용이 가능합니다.

 

카라 프리지아 : 당신 그 웃음 짜증나는 거 알아? 턱부터 망가뜨려 줄게.

 

먼저, 카라의 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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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프리지아 : cc<=70 근접전(격투)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0 > 50 > 보통 성공

카라 프리지아 : 1d8+1d4 피해(근거리/도검) (1D8+1D4) > 1[1]+1[1] > 2

나타샤 폴 블레인 : (반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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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 폴 블레인 : cc<=95 근접전(단도)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1 > 11 > 대단한 성공

나타샤 폴 블레인 : 1d8+2d6 피해(근거리/도검) (1D8+2D6) > 4[4]+8[5,3] > 12

카라, 어떻게 할까요?

 

카라 프리지아 : (방패 사용하겠습니다.)

 

카라, HP -11

 

나타샤 폴 블레인 : 턱을... 어떻게 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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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 폴 블레인 : cc<=70 근접전(격투)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0 > 20 > 어려운 성공

카라 프리지아 : (허어? 이 새끼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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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 폴 블레인 : 1d3+2d6 피해(맨손) (1D3+2D6) > 1[1]+2[1,1] > 3

카라 프리지아 : ...대화로 해결하면 안 될까? 우리 서로 안 죽는다는 건 알지?

 

카라, 대항 가능합니다.

 

카라 프리지아 : (일단 방패 사용합니다....)

 

다이스 굴려주세요.

 

카라, HP -1.

 

카라의 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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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프리지아 : cc<=70 근접전(격투)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 > 2 > 대단한 성공

카라 프리지아 : 1d8+1d4 피해(근거리/도검) (1D8+1D4) > 8[8]+2[2] > 10

나타샤 폴 블레인 : (쯧, 혀를 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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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 폴 블레인 : cc<=49 회피 (1D100<=4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2 > 92 > 실패

나타샤, HP -10.

 

카라 프리지아 : 이거지, 개자식아. 그러니까 대화로 해결하자고. 대화에는 소질 없지만.

 

나타샤는 입에 고인 침을 뱉고 살벌한 눈으로 이쪽을 응시합니다.

 

맞닿은 칼날 사이로 끼기긱, 스산한 소리와 함께 스파크가 튑니다.

 

그때, 나타샤의 나머지 손에서 무언가가 나옵니다.

 

단숨에 거리를 다시 벌린 나타샤가 던진 것은…….

 

수류탄입니다.

 

카라, 회피 판정.

카라 프리지아 : cc<=35 회피 (1D100<=3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7 > 77 > 실패

 

카라는 재빠르게 몸을 날려 수류탄에서 거리를 두고 바닥을 구르지만, 수류탄이 폭발하며 전면창이 깨집니다.

 

굉음과 함께 큰 여파가 발생합니다.

 

AOC 건물 창문 밖으로 튕겨져 나온 카라의 뒷목을 타고 식은 땀이 흐릅니다.

 

잊고 있었나요? 소장실은 최고층입니다.

 

그리고 AOC는 지상 37층까지 있는 빌딩이었죠.

 

교육 판정입니다.

카라 프리지아 : cc(+2)<=80 교육 (지식)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2] > 23, 83, 63 > 23 > 어려운 성공

 

살던 집 근처의 37층짜리 아파트가 125m 가량이었다는 쓸모없고 무서운 정보만 깨우칩니다.

 

카라는 아무 장비도 없이 125m를 그대로 추락합니다.

 

거꾸로 된 세계가 빠르게 스쳐지나고, 눈을 질끈 감은 그때…….

 

누군가가 당신을 잡아 채 옆건물 창문을 깨고 그대로 난입합니다.

 

사방으로 창문 파편이 파티클처럼 날립니다.

 

팽팽하게 한계까지 당겨진 로프가 탄력 있는 소리와 함께 풀리고, 누운 당신의 위로 엎어진 사람이 크게 어깨를 들썩입니다.

 

익숙한 색깔의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흩어지더니, 숨을 들이쉬며 몸을 일으킵니다.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 코와 코가 가볍게 맞닿습니다.

 

카라, 베나스와 재회합니다.

 

짧은 침묵, ‘생전'의 베나스와 만나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러니까, 당신이 AOC 옥상에서 손 하나만 붙잡고 매달려 유언을 남기던 순간이었나요.

 

생각하는 순간, 베나스는 다짜고짜 주먹을 날립니다.

 

카라, 회피 판정.

카라 프리지아 : cc<=35 회피 (1D100<=3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5 > 25 > 보통 성공

 

다행히도 주먹을 피해냅니다.

 

잘못하면 리셋할 뻔했어요!

 

카라 프리지아 : 야, 야. 나 지금 맞으면 죽으니까 진정 좀 해...

 

감회에 젖을 시간도 없이, 베나스는 카라의 멱살을 쥐고 소리를 지릅니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어떻게 살아있었다고 연락 한 번을 안할 수가 있어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다리 하나 정도 부러뜨리는 건~ 하고 중얼거립니다.)

 

날 구하러 왔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나를 죽이러 온 것 같습니다.

 

진정시키려면 대인 기능 판정입니다.

 

카라 프리지아 : 야, 나도 상황이 영 아니었다고. 연락하려고 했던 순간 목에 칼을 맞질 않나... 나 지금 맞으면 진짜 죽으니까 그런 생각은 접어두고.

카라 프리지아 : cc<=30 설득 (1D100<=3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8 > 68 > 실패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그러면~ 먼저 절 보러 와야 하지 않았을까요?

 

웃는 것과는 달리 당신의 복부에 주먹을 찔러넣을 준비 중입니다...

 

카라 프리지아 : 아니, 야. 잠깐만. 나 죽는다니까. 그 직후 뭔 이상한 사이비 종교에게 붙잡혔다고. 이제야 나왔는데 만나자마자 주먹질은 너무하지 않냐?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아하... 그렇군요? 라고 할 줄 알았나요? 나와서 처음 한 일이 나타샤를 만나러 간 거였잖아요! 절 찾을 생각은 있었어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한 대만~ 맞아주세요. 아플 것 같으면 치료하고 때릴게요!

 

카라 프리지아 : 오데트한테 부탁받은 게 있어서... 진짜 미안하다고. 나타샤한테도 너 어디 있냐고 물어봤었어. ...제발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 주지 않을래?

 

카라 프리지아 : 하... 됐다. 그냥 한 대 치고 끝내. (리셋하고 나면 진정 좀 하겠지...)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모르겠고, 상처부터~ 볼까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cc<=81 의료 (1D100<=81)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1 > 21 > 어려운 성공

 

카라, 적절한 처치로 hp 2 회복합니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이제 때려도 되죠?

 

카라 프리지아 : 되겠냐?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주먹 꽈악...)

 

카라 프리지아 : ...그냥 리셋 한 번 하자. 그러고 나면 너도 마음이 좀 풀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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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cc<=70 근접전(격투)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7 > 37 > 보통 성공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1d3+0 피해(맨손) (1D3+0) > 3[3]+0 > 3

막거나 피할 수 있습니다...

 

저걸 맞으면 진짜 죽을 것 같아요.

 

카라 프리지아 : (...그냥 맞아줘요...)

 

카라는 한 번 죽습니다...


 

다시 눈을 뜨면, 베나스의 등에 업혀 어딘가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일어났어요~?

 

카라 프리지아 : 일어났으니까 내려놔... 화는 좀 풀었냐?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픽 쓰러져서 좀 놀라긴 했죠~ 설마하니 그걸 맞고 죽을 줄이야!

 

카라 프리지아 : 맞으면 진짜 죽는다고 10번은 말했던 것 같은데...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발목 힘줄을 어떻게 할까 생각했는데~ (당신을 내려줍니다.) 안 건드려서 다행이네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안 그래도 움직이기 불편하던 참이었거든요~

 

카라 프리지아 : (아 이거 미친 새끼 아니야?)

 

아무튼 베나스가 진정하고 나면 베나스와의 마지막을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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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하늘, 아자토스의 일부가 강림하는 순간.

 

천둥과 번개가 안전지대에 내리꽂히고 곳곳에 크리쳐가 아닌 괴물돌이 날뛰며 민간인을 죽이고 찢어 삼키던 그때입니다.

 

카라와 베나스는 그들을 제압하고 민간인을 구출하며 어마어마한 수적 열세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때, 뒤에서부터 날아온 뾰족한 삼지창이 카라의 배를 뚫습니다.

 

심해인의 웃음소리가 머릿속에 어지럽게 돌아다닙니다.

 

베나스가 황급히 당신의 어깨를 붙잡지만, ‘인간'의 몸인 당신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고 맙니다.

 

입을 달싹일 때마다 핏줄기가 입에서 흘러나오고, 베나스는 당신을 등에 업은 채 자리를 벗어납니다.

 

제 목소리 들리죠? 정신 차리세요…….

 

아스라이 멀어지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당신은 베나스의 등에서 정신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베나스는 한참이나 당신의 시체를 업고 의사와 병원을 찾아다녔습니다.

 

이전에 여러 번 살아나는 걸 보았으니, 포기할 수 없었던 거겠죠.

고개를 들은 카라, 문득 깨닫습니다.

 

베나스가 들려주는 과거는 당신이 알던 이야기와 궤가 다릅니다.

 

정신력 판정.

카라 프리지아 : cc<=90 정신력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4 > 64 > 보통 성공

 

‘에보니, 나타샤의 이야기와 카라와 베나스의 이야기가 바뀌었음’을 깨닫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베나스는 당신의 안드로이드를 곁에 두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이 이야기대로라면……. 카라는 정말로 죽었어야 합니다.

 

조금도 생존의 여지도 없이.

 

그런데 어째서 테러가 발생한 순간으로 타임리프할 수 있었을까요?

 

아무튼, 잠시 재회의 시간을 나눕시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카라를 기지로 데려가는 중이었어요~!

 

카라 프리지아 : 기지가 뭔데.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솔직히~ 사이비니 나타샤니, 멋대로 해먹는 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콘라드랑 임시 파트너를 맺어서~ 어떻게든 대항해보려고 했죠.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카라가 살아있다는 정보를 얻어서~ 연구실에 가봤는데. 거긴 오데트만 있더라고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아, 그 오데트는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카라 프리지아 : 결국 콘라드랑 사이가 꽤 좋아졌나 봐.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제가요? 음~ 아! 혹시 질투하는 거예요~?

 

카라 프리지아 : 뭐? (얼빠짐...) 내가 왜 질투를 해야 되는데?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파트너가 없는 사이에, 다른 사람과 임시 파트너를 맺어서?

 

카라 프리지아 : 네가 남들이랑 어떤 사이든 아무렴 상관 없어... 여전히 헛소리를 하는 거 보니까 다른 사람은 아닌 것 같고...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역시 카라는 절 너무 좋아한다니까요~ (차암~ 하고는 제 뺨에 손 댄다.) 콘라드는~ 그래봐야 임시고. 오데트 구하려고 어쩔 수 없이 조를 짠 것뿐인데 말이에요~! 아, 약해서 못 믿는 건 알겠지만~ 이래봬도 저 크리쳐예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그러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죠~ 그 난장판에서!

 

카라 프리지아 : 내가 대체 왜 널 좋아해야 되냐고... (그냥 존나 뭐라는지 모르겠고 어이만 없어짐...) 헛소리는 잘 들었으니까 길 안내나 똑바로 해.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카라도~ 가는 길은 알 걸요? 예전에 살던 곳이거든요~

 

크리그어 1 뒤, 두 사람이 동거하던 집입니다.

 

가는 길은 그립고도 무척 익숙합니다.

 

여전히 어수선한 길거리 곳곳에는 그리운 가게나 건물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행성이 나타나고, 지구 멸망이니 뭐니 세상이 어수선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분명히 있네요.

 

낯선 연립 빌라 안으로 들어와서 4층, 가장 안에 있는 룸의 문을 열면 벽을 억지로 허물어 두 집을 합친 듯한 공간이 나옵니다.

 

일반 대원으로 보이는 사람 열 명 남짓, 콘라드, 그리고 침대 위에 누운 오데트가 있습니다.

 

“저 왔어요!”

 

베나스가 카라를 데리고 그 안으로 들어옵니다.

 

콘라드가 카라를 보고 가볍게 눈짓합니다.

 

옛 동료를 만나니 감회가 새롭네요. 비록 좋은 사이는 아니었을지라도!

 

콘라드 : 어서오세요.

 

콘라드는 눈을 피하며 인사합니다.

 

카라 프리지아 : 안녕, 오랜만에 뵙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오데트는 좀 어때요?

 

콘라드 : 오랜만입니다. ...여전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

 

콘라드 : 오데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아십니까?

 

카라 프리지아 : 난 X제약 지하에 잡혀 있었고, 오데트가 연구실에서 탈출해서 웬 안드로이드 하나랑 같이 날 깨우러 왔어. 자신은 두고 가라길래, 이렇게 버리고 가도 되나... 생각은 했지만 일단 AOC로 가라길래 시키는 대로 했지.

 

카라 프리지아 : 그냥 그게 다야. 저거 진짜 괜찮나 생각하긴 했지만 역시 안 괜찮네.

 

콘라드 : ...오데트가, 저런 상태인데도 두고 간 겁니까? ...어째서 지켜주거나, 하다못해... 다른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지도 않은 겁니까?

 

콘라드는 다소 감정적으로 발언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에도요.

 

카라 프리지아 : 너 왜 또 나한테 화풀이냐? 여기서까지 싸울래? (인상 팍 찌푸린다.) 나는 오데트가 바라는 대로 해줬을 뿐이라고.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그래요~ 우리 카라도 죽었다 살아났는데,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콘라드 : (...) (입술을 꾹 뭅니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그보다, 나타샤와 종교의 낌새가 좋지 않아요. 잠입을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죠?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다음 임무에 관해 설명할게요~ 여태까지 우리가 조사한 결과, 지금 다가오는 행성과 종교는 밀접하게 관련되어있을 확률이 높아요! 최우선은 다가오는 멸망의 진상 규명 및 대처 방안 모색이에요. 최악의 경우에는~

 

행성은 한층 더 가까워진 것 같다는 착각이 듭니다.

 

아니, 착각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베나스는 빈 탄창을 바닥에 던지며 말합니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전면전까지 각오하도록 하세요!

 

어쩌면 인류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전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임무를 수행하기 전, 오늘 하루는 쉬어 가기로 합니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카라~ 오랜만이니까, 한 잔 할래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본인은 술잔에 사과 주스 들고 옵니다.)

 

카라 프리지아 : ...나 술 못 마셔. 넌 그거... 음료수 아니냐?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사과주예요~! (당당하게 거짓말 치고, 당신에게도 비슷한 색의 보드카가 담긴 잔을 쥐여줍니다.)

 

카라 프리지아 : (뿌리 깊은 불신.........) 그럼 나랑 잔 바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오랜만이니까 마시는 거죠! 어차피 크리쳐라 잘 취하지도 않을 걸요? (빙글빙글 섞습니다. 현란한 손길.)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cc<=99 민첩 (1D100<=9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 > 5 > 대단한 성공

 

민첩 대항에 성공하면 무엇이 카라에게 주려던 잔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라 프리지아 : cc<=70 민첩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3 > 43 > 보통 성공

 

카라는 중간 즈음에서부터 손놀림을 놓쳤습니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자~! 잘 섞었으니까, 됐죠? 이제 뭐가 제 잔인지도 모른다고요~ (잔 하나를 내밉니다.) 쭉 들이켜요, 쭉~

 

카라 프리지아 : (쭉 들이킴...) ...나 쓴 거 못 먹어... (신뢰의 결과는 처참했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달달한 사과주스 원샷합니다~! 어깨동무 하고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쭉 연구소에 갇혀 있었나요?

 

카라 프리지아 : 어. 칼 맞은 뒤로는 쭉 의식도 없었어. ...그랬던 것 같긴 한데. 요즘 좀 오락가락해서 잘 모르겠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그 사이비들,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요. 이 일이 끝나고, 살아남게 되면~ 꼭 죗값을 치르게 해줄게요! 꼭이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한 잔 더 마실래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아, 빈 속에 보드카만 마시면 안된다고 했나? 여기~ 과자도 먹어요. 아~

 

카라 프리지아 : 쓴 거 못 먹는다고 30초 전에 말했다. 먹여줄 생각 하지 마... (질색...)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쓴 것도 싫고, 먹여주는 것도 싫으면 어떡해요? 역시 달달한~ 음료수를 줄 걸 그랬나요~! (하면서 당신 쪽으로 간식 그릇 밀어줍니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잠까지 안 자게 되어 버린 건 아니죠? 피곤하면 눈 붙여도 돼요~ 제 무릎베개도 있고~! (다들 있는 곳이지만요~!)

 

카라 프리지아 : 음료수 주면 되잖아. (간식 집어먹어요) 진짜로 필요 없어... 우리가 무슨 사이라고 무릎베개까지 해.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이건 음료수예요~! 하고 사과 주스에 섞은 술 준다.) 오랜만에 봤다고 거리를 두는 거예요~? 그런 거예요? (당신 옆구리 쿡쿡 찌릅니다.) 예전에는 이 집에서 같이 자기도 한 사이잖아요~!

 

카라 프리지아 : (혀 대자마자 질겁) 술이잖아. 진짜 한 대 맞을래? (하... 이자식 말을 왜 이따위로 하지... 하는 눈) 고작 그 정도 사이잖아. 내가 남들이랑은 그런 거 못 하는 줄 아나.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살짝만 넣었는데~ (음?) AOC 들어온 이후론 저밖에 없지 않았어요? 누구랑 거기까지 간 거예요? 세상에! (역시 어디 꽁꽁 묶어두는 게 좋을지도.. 중얼인다.)

 

카라 프리지아 : 쓰잖아. 너도 술은 안 마시고 있는 주제에... 권하려면 한 잔이라도 마시고 권해. (아 이 새끼를 진짜 어떻게 해야 하지?) 하... 내가 인간관계는 멸망한 상태지만 난 모르는 사람이랑도 같이 잘 수 있어. 저기 재수없는 자식이랑도. ...뭘 묶어 두겠다는 거야!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마셨는데요? (텅 빈 잔 흔들어 보인다. 음료수였지만...) 콘라드요? 하필 골라도 그런 사람을~ (힐끗 콘라드 있는 쪽 보곤, 씩 웃는다.) 콘라드~!! 여기 카라가 같이 자고 싶다는데요~!?

 

콘라드 : (뭐?)

 

카라 프리지아 : 음료수잖아. 나는 술 그 정도 마시면 죽어. (......) 아 이 새끼 말을 왜 이딴 식으로 하지? (튀어나온 본심)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 진짜 미친 거 아니야???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술 마시고 죽는 사람은 봤어도, 술 때문에 죽는 크리쳐는 못 봤는데요? (뭐~ 죽어도 어떻게 회복하지 않을까요?) 파트너를 버리고 콘라드를 선택하다니~! 저 오늘 말은 잊지 않을 거예요. (자기 눈 가리키고 카라 쪽 가리킵니다. 지켜보고 있어요~!)

 

콘라드 : (베나스가 베나스 했구나. 하는 눈으로 봄...)

 

카라 프리지아 : 나도 사람이던 때가 있었는데... (인상 쓰고 입 틀어막아 버린다.) 저희 미친 놈이 매번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하...) 진짜 쳐맞을래? 사람은 전자기기랑 달라서 맞으면 죽을 텐데. (주먹질 하려다가...) 야, 그리고 나한테만 이러면 억울하지. 너도 저놈이랑 파트너 했다며.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카라~! (읍읍! 읍읍읍! 눈으로 저 미친놈 아니거든요? 하고 어필 중. 결국 손 떼어냅니다.) 저 죽일 거예요? 무서워라~ 그래도 살아돌아오는 건 알고 있죠~? (!) 역시~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거잖아요~ (그쵸? 그쵸~? 카라 간질여 봅니다.) 억울해하지 말아요~! 콘라드랑 함께할 때에도~ 늘 카라만 생각했거든요. 제 진정한 파트너!

 

콘라드 : (카라한테 목례... 하다가 아예 다가온다.) ...아까의 무례 사과드립니다.

 

콘라드 : 부채감처럼 오데트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거든요. 테러 당시, 오데트를 구하지 못하고 안전지대에 뒤늦게 도착해서 찾아 헤매던 지난 2년이 길고 후회스럽기까지 해서...

 

주절거리는 걸 보면 이쪽도 한 잔 걸친 것 같습니다.

 

카라 프리지아 : 아, 그래. 완전히 이해는 못 해도 사과는 받아주지. 나 없는 사이에 이놈이랑 많이 친해졌나 봐? 아까 보니까 말도 놓았고.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말은 원래 좀 싸가지 없게 해요~ 카라한테만 잘하는 거죠! (자기소개 아닌 편.)

 

카라 프리지아 : 그거 자기소개잖아.

 

콘라드 : ...베나스가 당신 앞이라고 싸가지를 챙긴 적이 있었나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아니, 제가 뭐 어때서요?!

 

카라 프리지아 : 와... 싸가지 없다고 직접 말했다. (놀라움...) 이 자식이 싸가지가 없는 건 맞아.

 

카라 프리지아 : 네가 뭐 어떻긴, 그냥 개짜증나고말많고시끄럽고냅두면어딜가서민폐끼칠지모르는개열받는골칫덩이자식이지.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인정할 건 하나 봐요~ (에이~) 제 입으로 말할 일은 아니지만~ 저는 그래도 싹싹한 편이죠~!

 

콘라드 : (입 꾹 다물고 끄덕이다가... 네가? 하는 표정 된다.)

 

카라 프리지아 : 네가?? 어느 점이?? 긍정을 받고 싶다면 날 이해시켜.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늘 존대를 쓰잖아요? 거기다~ 성격도 좋은 편이고요~! 동료들과도 잘 지내고~! (동의할 부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죽 늘어놓는다.)

 

카라 프리지아 : 이게? 좋은 성격이야? 내가 살면서 진짜 성격 좋은 사람을 못 만나 봐서 모르겠는데... 네가?

 

콘라드 : (고개 절레절레...) 여기 사과주스. (술잔 건넨다.)

 

카라 프리지아 : 고맙다. 얘랑 일대일로 말싸움 할 때에는 피곤했는데 사람이 하나 더 있으니까 든든하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이만하면 AOC 대원치고 나쁘지 않잖아요? 차암~ 여기엔 제 가능성을 알아볼 만한 인물이 없군요~! (고개 절레절레~)

 

두 사람은 어쨌든 밀린 회포를 풀며 하루를 보냅니다.

 

베나스의 인성에 대한 토의는 그날 내로 끝나지 않았지만요.

 

둘은 불침번을 서고, 어쨌든 같은 방에서 눈을 붙입니다.


 

다음날.

 

잠입 인원은 카라와 베나스 두 사람으로, 콘라드는 의식을 잃은 오데트의 곁을 지키고자 숙소에 남습니다.

 

카라 프리지아 : 저놈은 진짜 지극정성이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카라가 저렇게 조그맣게 변하면~ 저라도 곁에서 떨어지기 싫을 걸요~?

 

카라 프리지아 : 너는 그거 집착이고.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너무해요~!!

 

베나스는 카라에게 종교인이 입을 법한 하얀 의복을 건네줍니다.

 

수수한 성당 성가대복 같은 옷인데, 몸통 부분이 넉넉할 뿐만 아니라 팔부분의 소매폭이 무척 넓고 하늘하늘거립니다.

 

굉장히 안 어울릴지도 모르겠네요.

 

대 크리쳐 살상용 무기는 분해해서 큰 부품별로 허리띠에 둘러줍니다.

 

카라 프리지아 : 이런 걸 입고 들어가야 돼...?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정보를 얻어야 하니까~ 조금만 참아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브리핑 시작합니다~! 잠입 장소는 이곳에서 몇십km 떨어진 A시의 공터, 그 부근에 지하 벙커로 향하는 통로가 있다고 해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어디인지 짐작이 갈 텐데요, 카라.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A시 지하 벙커라고 하면 말이죠!

 

카라 프리지아 : 내가 어떻게... ... ... 아, 대충 알겠다.

 

카라 프리지아 : 별로 안 좋은 기억만 가득한 장소인데.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사람들을 구해낸 장소~ 라고도 할 수 있죠!

 

도착지는 카라와 베나스에게 지나치게 낯익은 장소입니다.

 

빈 공터, 베나스와 똑같이 생긴 크리쳐가 나왔던 곳, 기습당해 멀리 날아간 베나스가 벙커의 입구를 발견해 시민들을 구해낸 그 장소와 거의 일치합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벙커의 입구가 예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는 점일까요.

 

묵직한 쇳덩이로 된 문을 열면, 그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은 제법 ‘제대로'되어 있어, 예전의 벙커를 확장하고 재구축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래된 성당이나 교회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납니다.

 

여러 갈래의 복도가 개미굴처럼 뚫려있는데다, 수십, 아니, 수백 개의 방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봐야 할지 감이 안 올 정도로 말이에요.

 

그때, 손목에 착용한 휴대용 PC가 반짝거리더니, 작은 지도가 공유됩니다.

 

콘라드로부터 통신이 도착했습니다.

 

콘라드 : 그 종교의 내부 시스템을 해킹해서 CCTV를 분석한 결과 내부 구조도를 보내드립니다. 대부분 평범한 신도들의 방이라 조사할만한 구역을 한정할 수 있었어요. 미사 시간 내로 제가 체크한 곳만 확인해서 빠르게 빠져나오세요.

 

카라는 전해 받은 지도를 통해 [역사자료실], [수행실], [신전], [간부실], [교주실]에 갈 수 있습니다.

 

카라 프리지아 : (역사자료실로 향한다. 빠른 걸음으로, 너무 눈에 띄지는 않게.)

 

  • 역사자료실

크리쳐 사건 발발 이후, 등장한 모든 상급 크리쳐와 일반 크리쳐, 그리고 대부분의 크리쳐 사건에 관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습니다.

 

크리쳐를 향한 광적인 열의와 연구는 AOC 못지 않습니다.

 

대부분 카라와 베나스 역시 숙지하고 있는 지식입니다만, 카라가 아는 과거와 ‘특별히’ 달라진 부분이 있지 않나요?

 

어떤 날을 기점으로.

 

관련 건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카라 프리지아 : (그... 그 뭐가 강림하던 날의 이야기가 좀 다르려나. 조사해본다.)

 

카라, 자료조사 판정.

카라 프리지아 : cc<=20 자료조사 (1D100<=2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8 > 28 > 실패

 

카라 프리지아 : (이런 데에 재능 있겠냐고~)

 

관찰 판정으로 대체합니다.

카라 프리지아 : cc<=50 관찰력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3 > 83 > 실패

 

카라는 시간을 들여 두툼한 파일을 각각 찾아냅니다.

 

이후로는 카라도 아주 잘 아는 전개가 이어집니다.

 

‘그들은 한껏 저항했으나 외계신에게 이기지 못했고, 에보니가 희생하였으며, 나타샤는 홀로 남았다.’

 

그 사건에 휘말려 ‘사망’한 AOC 대원들에 관해서도 기록되었습니다.

 

정면을 보고 있는 카라의 증명사진 역시 그 페이지에 끼어있습니다.

 

기묘하게도, 붉은 글씨로 카라의 사진 위로 ‘특이점의 영웅'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마지막에는 천문학 관측이라는 단어와 함께 휘갈겨 쓴 문장이 눈에 띄네요.

 

‘계측할 수 없는 거리의 우주 너머에서 지구까지 보낸 신호 확인' ‘외계의 크리쳐?' 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니, 외계에 무언가 있다면 그건 크리쳐가 아니라 외계인 아닐까요……. 말을 맙시다.

 

오컬트, 혹은 교육(어려움) 판정.

카라 프리지아 : cc(+2)<=80 교육 (지식)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2] > 73, 93, 43 > 43 > 보통 성공

 

정확히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는 풍경입니다.

 

일렁이는 불꽃, 곳곳에서 난무하는 비명소리, 그리고 누구든 제발 대답해달라고 빌던 베나스의 목소리까지.

 

그건 카라의 정신을 잃기 직전, 마지막 기억이기도 합니다.

 

전부 읽으면 베나스는 파일에 붙어있는 카라의 증명사진을 떼어냅니다.

 

그는 풀칠이 된 듯 끈적끈적한 뒷면을 잠시 만지더니, 허리띠에 고정한 검날 손잡이에 그것을 붙여 보여줍니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짜잔~ 미니 카라예요!

 

카라 프리지아 : 당장 떼내.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에이~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그래도 이런 곳에 붙여져 있는 것보단 낫잖아요?

 

카라 프리지아 : 그래도 네가 들고 다니는 건 싫어.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부적 삼아 가지고 다닐래요~

 

카라 프리지아 : 헛소리야.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다시는 카라를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의미로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네에~? 허락해주세요~!)

 

카라 프리지아 : 잃어버려도 난 상관 없는데...

 

카라 프리지아 : ...됐다, 휘두르다 보면 언젠가 떨어지겠지. 다른 데 가자. 수행실인가.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앗싸~ 카라 따라 수행실로 떠나는 가벼운 발걸음.)

 

  • 수행실

신도들이 기도를 올리고 정신을 갈고 닦는 방이라고 대외적으로는 소개되는 것 같습니다.

 

의외로, 문을 열면 친숙한 느낌의 휴게실 같은 분위기입니다.

 

현재 미사중이므로 사람들은 없습니다. 벽면에 사진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습니다.

 

카라나 베나스가 입은 것과 비슷한 옷을 입고, 다양한 신도들과 가족처럼 다정한 표정으로 웃으며 찍은 사진들입니다.

 

이런 온기 어린 시선과 얼굴로 안전지대에 테러를 일으킨 종교라 생각하니, 어쩐지 소름이 끼칩니다.

 

카라, 정신력 판정.

카라 프리지아 : cc<=90 정신력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8 > 58 > 보통 성공

 

카라는 유달리 사진에 많이 찍힌 열렬한 신도들 몇몇의 얼굴이 낯익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억나는 것은 이쪽을 바라보던 일부의 선망 어린 시선들, 당신의 손을 잡고 구출되던 벙커 속의 시민들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AOC나 정부 조직이 아닌데도 카라가 크리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일반인들입니다.

 

그도 그럴게, 모두의 앞에서 광기 발작을 일으켜 베나스와 치고받고 싸웠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벙커에 종교 시설이 세워진 이유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죽지 않는 자신들의 구원자에 멋대로 어떤 기대와 어떤 열망을 품었는지는, 당신은 모를 일입니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비밀 유지~ 가 잘 되었어야 하는데. 제 탓이네요.

 

카라 프리지아 : 그런 식으로 따지면 내 탓이지. 다른 데 가자. 신전... 인가.

 

  • 신전

신전 내부에서는 미사 진행 중입니다.

 

그들의 기도와 미사 내용을 조금 엿들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카라 프리지아 : 지금은 이 차림이고... 좀 늦었다 하면 괜찮지 않... 으려나?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조용히~ 들어가면 될 것 같은데요?

 

카라 프리지아 : 그래, 너는 되도록 입 닫고 따라와.

 

종교에 속한 신도들과 마주치면 인사는 오른쪽 팔을 ㄱ자, 왼쪽 팔을 ㄴ자 모양으로 굽히며 “그어그어”라고 해야 합니다.

 

콘라드가 통신 메시지를 보냅니다.

 

카라 프리지아 : (이게 미쳤냐? 라고 회신함...)

 

카라와 베나스는 신전 내부로 들어갑니다.

 

콘라드가 말한 대로 하나요?

 

카라 프리지아 : (개소리라고 생각하고 얌전히 들어와서 앉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지적하지 않습니다.

 

콘라드가 추가로 통신 메시지를 보냅니다.

 

아님 말고요.(이모티콘)

 

카라 프리지아 : (지금 니가 들어오는 거 아니라고 개대충 하네???)

 

미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더보기

크리쳐는 신이 지구로 내려와 자신의 몸을 나눈 형태, 악한 인간들을 징벌하고 선한 인간을 지키는 신수다.

그리고 개중에서 특별히 ‘신의 사자’로 선택받은 사람들이 크리쳐가 된 인간이다.

특이점의 영웅 역시 그러한 신의 사자 중 하나이다.

머나먼 차원의 행성들이 일렬로 이동하고 있다. 그 궤도가 일치하는 순간, 오랜 숙원이 이루어진다.

행성이 하늘을 완전히 뒤덮는 날까지는 앞으로도 100년 남짓 남았지만, 미사가 끝나면 ‘개시'하여 그 날을 오늘로 앞당길 것이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간 우리가 해온 일들은 다름이 아닌 오늘을 위해서이다.

행성이 일렬로 서고 하늘이 덮이는 순간 우리들의 숙원은 이루어진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누가 사이비 아니랄까봐요~)

 

카라 프리지아 : (그러게, 아무래도 이놈들은 단단히 미쳐 있고 그 한가운데에 잠입하는 건 미친 짓이었어.)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아직 안 들켰으니까~ 어쨌든 괜찮지 않을까요?)

 

미사가 끝나고, 두 사람은 조용히 나옵니다.

 

남은 건 간부실과 교주실입니다.

 

카라 프리지아 : 신도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해서 괜찮을지 모르겠네. 아무튼 가자. 따라와. (간부실로 걸음 옮긴다.)

 

  • 간부실

간부실입니다. 컴퓨터를 비롯한 다양한 사무용품이 놓여 있습니다.

 

카라는 컴퓨터의 바탕화면에 있는 폴더를 뒤질 수 있습니다.

 

관찰력 판정.

카라 프리지아 : cc<=50 관찰력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5 > 65 > 실패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어디 볼까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cc<=85 관찰력 (1D100<=8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6 > 56 > 보통 성공

 

둘은 어떤 녹취록을 발견합니다.

 

나타샤와의 대화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라 프리지아 : 눈도 좋네... (녹취록 열어본다.)

 

장소는 소장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나타샤가 힘겹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간부로 추정하는 사람이 책상 위에 서류를 올리고 말을 이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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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 : 당신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나타샤 폴 블레인 : 카라 씨는 이미 죽었습니다.

 

간부 : 아닙니다. 분명히 데려올 수 있으니 저희를 믿어주세요. 에보니 씨가 두고간 세상을 지키고 싶지 않습니까?

 

나타샤 폴 블레인 : 웃기네요. 안전지대는 당신들이 저지른 테러로 인해 붕괴되었습니다.

 

간부 : 어쩔 수 없었습니다. 특이점의 영웅을 소환하기 위해서 그 정도의 희생은 불가결하니까요.

 

나타샤 폴 블레인 : 내가 당신들에게 협조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간부 : 그럼 이건 어떤가요, 나타샤 씨. 카라 님이 돌아온다면 당신은 죽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을 죽일 수 있을 만큼의 강자는 이 세계에 더는 없으니까요.

 

나타샤 폴 블레인 : ... ...

 

간부 : 중앙 관리 체제를 빌려주세요.

나타샤의 얼굴에 자포자기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사실은 이런다고 에보니는 살아 돌아오지 않는건 알고있을 것입니다.

 

다만, 눈을 통해 파고든 악신 때문에 이성적인 생각은 불가능한 거겠죠.

 

베나스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카라를 쳐다봅니다.

 

카라 역시 어쩌다 나타샤가 이렇게 되었는지 가늠할 수 없겠지만요.

 

간부실에서 더 얻을 수 있는 자료는 없으니, 빠르게 이동합시다.

 

카라 프리지아 : 이것들 날 일단 죽여놓고 자기들끼리 내 목숨 가지고 이러니저러니 한 거야?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어렵네요~! 그래도, 어쨌든 제 옆에 있는 카라는~ 카라니까. 괜찮은 거겠죠?

 

카라 프리지아 : 지금의 내가 진짜 나일까. ...뭐, 가자. 그 자식이 알려준 마지막 장소. 교주실.

 

  • 교주실

두 사람이 들어서자마자, 무언가 잘못 밟았는지 자동으로 홀로그램 입체 영상이 재생됩니다.

 

방 전체에 검은 우주, 그리고 반짝이는 별들이 투영됩니다.

 

굵직한 중년 남성 목소리의 나레이션이 들려옵니다.

 

저 행성은 사실은 잠든 신들의 요람입니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행성 외에도 6개의 거대한 행성들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즉, 일곱 악신들이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다녀간 흔적에 이끌려 모여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수많은 세계선의 크리쳐 사태, 그리고 그 끝으로 이어지는 멸망의 유력한 사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하나의 행성이 끝이 아닙니다.

 

총 7개의 행성들이 차츰차츰 가까워집니다.

 

3D 그래픽 영상들이 두 사람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가며 각기 다르게 생긴 행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가오는 행성들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입수합니다.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들은 카라와 베나스, 동시에 이성 판정 1D3/1D5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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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프리지아 : cc<=89 이성체크 (1D100<=8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4 > 14 > 대단한 성공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cc<=70 이성체크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2 > 12 > 대단한 성공

둘 모두 이성치 3 감소합니다.

 

그 열쇠는 특이점의 영웅입니다.

 

밖에서부터 사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그와 함께, 나타샤의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나타샤 폴 블레인 : 안전 지대의 시민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긴급 소집입니다. 시민 여러분은 전부 A시의 광장으로 모여주세요.

 

나타샤 폴 블레인 : 불응하는 자는 강경하게 처벌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광장으로 전부 모여주세요.


 

의복을 벗어 던지고 황급히 거리로 나갑니다.

 

나타샤가 직접 무언가 공지하는 일은 없었던 건지, 당황한 표정으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저 멀리서부터 안드로이드 군단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표정 없는 얼굴의 안드로이드들이 어물쩍거리는 시민들을 하나씩 끌고 데려갑니다.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습니다. 나타샤와 저 대군을 제압해야 합니다.

 

다행인 점은, 카라가 중앙 관리 체제를 제압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일까요.

 

베나스에게 쉴드를 파괴할 장소를 지정하고, 나눠서 공략하게 해주세요.

 

카라 프리지아 : ...수상하게 들리겠지만 어쩌다 보니 알아버린 사실이 있어. 중앙 관리 체제를 파괴하는 방법. AOC 옥상과 X제약 옥상에서 중앙 관리 체제를 사격하는 거였나. 최근 여러 일이 있어서 가물가물하네.

 

카라 프리지아 : 나타샤를... 막아보고 싶어.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카라가 말하는 거면~ 믿을 수 있죠. (제 파트너니까요!) 제가 AOC 옥상을 맡을게요.

 

근처에 주인 없는 바이크가 굴러 다니니, 베나스는 아무거나 골라 탑니다.

 

그리고, 여기서 베나스와는 이별입니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제대로 된 인사도 못 나누고 헤어지는 건 이제 싫어요! 그러니까 약속하세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두 번 다시 그냥 두고 가지 않겠다고요.

 

카라 프리지아 : ...지난번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기지 않는다면.

 

카라 프리지아 :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확약은 못 해. 이 정도로 만족하도록 해.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당신 눈 가만히 들여다 보다가, 사진 붙은 검 손잡이 들어 보인다.) 그럼~ 미니 카라랑 다녀오겠습니다!

 

카라 프리지아 : 그건 제발 좀 떼고... 몸 조심해라.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죽지 말고~ 몸 성히 보자고요! (시동 걸고는, 순식간에 멀어집니다.)

 

거리 곳곳에서 총 소리가 들립니다.

 

콘라드와 통신이 연결됩니다.

 

지금 안드로이드 대군이 시민들을 끌고 가며, 거부하거나 저항하면 사살하고 있습니다.

 

서둘러서 X 제약회사로 가야 합니다.

 

카라 프리지아 : 고마워. 더 서둘러야겠네.

 

거리에는 안드로이드 군단이 가득합니다.

 

길거리 곳곳을 누비면서 안드로이드를 제압하고, X 제약회사까지 도달하세요.

 

45체의 안드로이드가 덤벼옵니다.

 

펄프 룰에 따라 분리해둔 무기는 쌍수 무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라는 자신의 턴에 2회 공격이 가능합니다. (각각 도검, 사격 판정)

 

반격 시, 둘 중 하나를 골라주세요.

 

카라의 턴입니다.

 

카라 프리지아 : ...그래, 정신 차리고 힘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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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프리지아 : cc<=80 사격(라/산)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9 > 89 > 실패

 

카라 프리지아 : cc<=80 근접(도검)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3 > 63 > 보통 성공

 

카라 프리지아 : 1d8+1d4 피해(근거리/도검) (1D8+1D4) > 7[7]+4[4] > 11

안드로이드 34체가 남았습니다.

 

안드로이드들이 카라를 공격합니다.

 

회피, 혹은 반격할 수 있습니다.

카라 프리지아 : cc<=35 회피 (1D100<=3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 > 5 > 대단한 성공

 

어설픈 공격 따위에는 맞지 않습니다.

 

다시 카라의 턴입니다.

더보기

카라 프리지아 : cc<=80 근접(도검)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 > 5 > 대단한 성공

 

카라 프리지아 : cc<=80 사격(라/산)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0 > 70 > 보통 성공

 

카라 프리지아 : 4D6+1d4 피해(크리쳐탄/사격) (4D6+1D4) > 17[4,4,5,4]+2[2] > 19

 

카라 프리지아 : 1d8+1d4 피해(근거리/도검) (1D8+1D4) > 4[4]+3[3] > 7

26체 파괴됩니다.

 

안드로이드 8체 남았습니다.

 

회피, 혹은 반격 가능합니다.

카라 프리지아 : cc<=80 사격(라/산)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1 > 91 > 실패

 

카라의 턴입니다.

더보기

카라 프리지아 : cc<=80 사격(라/산)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5 > 75 > 보통 성공

 

카라 프리지아 : cc<=80 근접(도검)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4 > 14 > 대단한 성공

 

카라 프리지아 : 4D6+1d4 피해(크리쳐탄/사격) (4D6+1D4) > 23[6,6,6,5]+4[4] > 27

 

카라 프리지아 : 1d8+1d4 피해(근거리/도검) (1D8+1D4) > 7[7]+2[2] > 9

남은 안드로이드들마저 멋진 솜씨로 처리하는 데 성공합니다.

 

카라 프리지아 : (죽는 줄 알았네...)

 

카라는 X제약회사 근처 길가에서, 또다시 안드로이드들을 마주합니다.

 

적은 36체입니다.

 

카라 턴입니다.

 

카라 프리지아 : 어디까지 몰려오냐고... 결국 한 번 죽었다 깨야 만족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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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프리지아 : cc<=80 사격(라/산)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4 > 44 > 보통 성공

 

카라 프리지아 : cc<=80 근접(도검)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5 > 75 > 보통 성공

 

카라 프리지아 : 4D6+1d4 피해(크리쳐탄/사격) (4D6+1D4) > 10[2,3,4,1]+4[4] > 14

 

카라 프리지아 : 1d8+1d4 피해(근거리/도검) (1D8+1D4) > 3[3]+1[1] > 4

18체 남았습니다.

 

카라, 회피 혹은 반격.

카라 프리지아 : cc<=80 사격(라/산)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0 > 90 > 실패

 

카라, HP-3.

 

다시 카라의 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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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프리지아 : cc<=80 사격(라/산)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8 > 18 > 어려운 성공

 

카라 프리지아 : cc<=80 근접(도검)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6 > 36 > 어려운 성공

 

카라 프리지아 : 4D6+1d4 피해(크리쳐탄/사격) (4D6+1D4) > 17[6,3,6,2]+3[3] > 20

 

카라 프리지아 : 1d8+1d4 피해(근거리/도검) (1D8+1D4) > 3[3]+3[3] > 6

카라 프리지아 : 나 진짜 죽는다고...

 

남은 적들은 깔끔하게 쓸려나갔습니다.

 

전투가 종료되면 제약 회사에 도착합니다.


 

쉴드를 파괴하기 위해 황급히 옥상으로 올라가던 중, 카라는 나타샤에게 기습 당합니다.

 

굉음과 함께 벽이 부서지고, 당신을 옥죈 두 팔이 끝없이 아래로 끌고 내려갑니다.

 

두 사람은 건물 바닥을 뚫고 연구소까지 떨어집니다.

 

이 층은 카라가 깨어난 곳입니다.

 

차가운 바닥을 걸어오는 구두 소리가 앞 뒤에서 들립니다.

 

간신히 몸을 추스른 카라의 앞에는 나타샤가 있습니다.

 

인기척을 느껴 뒤를 돌아보면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있습니다.

 

교주 : 아아, 저를 기억하십니까?

 

카라 프리지아 : ... (애써 외면...) 기억 안 나. 기억 안 해.

 

교주 : 정말로... 다시 만나고 싶었어요!

 

바로, 당신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본 사람입니다.

 

교주는 황홀한 표정으로 연구소에 있는 크리쳐들의 실험관을 매만집니다.

 

카라 프리지아 : (정말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교주 : 정말 다행히, 모든 크리쳐가 증발되어 사라질 때 이들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보호된 거죠.

 

교주 : 아, 그렇지. 뭔가 궁금하신 거라도 있습니까? 성심 성의껏 대답하겠습니다.

 

카라 프리지아 : 아, 궁금한 거 있었지. 너네가 특이점의 영웅을 소환하겠다는 말. 무슨 뜻이야?

 

교주 : 우리들의 차원에서는 카라님이 불의의 사고로 수명을 다해 죽어버렸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차원에서 다시 데려와야 했습니다.

 

교주 : 당신은 특이점의 영웅,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크리쳐이자 인간이지 않습니까.

 

이것은 타임 리프 같은 게 아닙니다. 이곳은 어떤 선행 조건으로 인해 ‘카라가 죽은, 영웅이 없는 세계' 즉 평행 세계입니다.

 

평행 세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카라는 메타적으로 정보를 습득합니다.

 

제복이 당신이 알던 디자인이 아니었던 이유, 무기의 사용 방식이 낯설었던 이유,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곳은 당신이 알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의 다른 AOC입니다.

 

이성 판정 1d3/1d5

카라 프리지아 : cc<=86 이성체크 (1D100<=86)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5 > 35 > 어려운 성공

 

카라, 이성치 -2.

 

교주 : 원래의 카라님이 계시던 세계는 멸망했습니다.

 

교주 : 크리쳐가 지구에 나타난 모든 세계의 지구는, 멸망했습니다.

 

교주 : 정확히는 카라님이 살아있는 모든 우주가! 멸망했습니다!

 

그렇다면 원래 차원에 혼자 남겨진 베나스는?

 

기억이 제대로 나지는 않지만...

 

물어볼까요?

 

카라 프리지아 : ...내가 살던 세계는... 거기서 살아가던 모든 존재들은... ...역시 죽은 건가.

 

나타샤 폴 블레인 : 죽었겠지, 모두 멸망했다고 하니까요.

 

카라의 혼잣말에 나타샤가 대꾸합니다.

 

이성 판정 1d8/1d10

카라 프리지아 : cc<=84 이성체크 (1D100<=84)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7 > 47 > 보통 성공

 

카라, 이성치 -8.

 

교주 : 우리는 시간을 돌리는 능력의 상급 크리쳐였던 인간-오데트-로부터 능력을 추출했습니다, 카라님. 그리고 종교 내 연구원들의 인력을 총동원해 시공간을 헤집고 열어 소환할 아티팩트를 개발해냈죠...!

 

교주 : 다만, 이 아티팩트를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필요했습니다.

 

교주 : 그래서 우리는 안전지대 사람들의 목숨을 제물로 카라님을 소환하기로 했습니다!

 

이성 판정 1d10/1d20

카라 프리지아 : cc<=76 이성체크 (1D100<=76)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1 > 31 > 어려운 성공

 

카라, 이성치 -2.

 

교주 : 소환에 성공한 뒤, 우리는 이변이 일어나지 않도록 카라님을 아무도 찾아오지 못하는 연구소에 봉인했습니다.

 

교주 : 다가오는 것의 정체는 크리쳐들의 진정한 신...! 외계의 크리쳐 신들입니다! 신들은 ‘특이점’ 그 자체인 카라님을 화신으로 삼고 싶어해요!

 

교주 : 우리는 당신이 모두의 죽음과 멸망을 발판 삼아 외계의 신의 일부가 되어 영원히 군림해주길 바랍니다.

 

교주 : 당신은 가장 강하니까요... 그리고 아름다우니까요! (황홀하게 외칩니다.)

 

이성 판정 1d20/1d30

카라 프리지아 : cc<=74 이성체크 (1D100<=74)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5 > 75 > 실패

 

카라, 이성치 -13.

 

큰 충격으로 인해 눈앞에 환각이 어른거립니다.

 

유리 안에 박제된 당신은 영원히 죽지 못한 채 멍하니 우주 아래를 굽어보고 있습니다.

 

귀부터 들어온 신들의 목소리가 뇌를 지나 흘러들어옵니다.

 

“어때, 영원한 건 좋지?”

 

음성은 애달픈 신도들의 구걸로 바뀝니다.

 

우리를 구했잖아 그러니 우리의 요청을 들어줘 당신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칠 수 있어 그걸로 당신이 완벽해진다면 세계의 질서를 위해 홀로 살아남아 마지막 남은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해 그리고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혼자 고통 받는 거야

 

뒤에서부터 나타난 수많은 손들이 당신의 팔을, 몸을, 다리를 잡아당깁니다.

 

하늘거리는 소매가 드러나면서 보이는 이리저리 비틀린 관절들이 기괴합니다.

 

붉게 거품이 올라오거나 썩은 흔적이 역력한 팔들이 대부분입니다.

 

크리쳐를 동경한 나머지 스스로 팔에 크리쳐 세포를 억지로 주입한 후유증입니다.

 

교주 : 여기까지 왔는데 설마 반항할 생각은 아니겠죠? 당신을 소환하느라 일으킨 화재 때문에 몇 명이 죽었는데, 그걸 의미 없게 만들 생각인가요?

 

교주 : 아, 물론… 이미 늦었어요. 아무것도 바뀌는 건 없습니다. 정해진 각본대로 여긴 멸망하고, 당신은 가장 먼저 도달하는 신의 선택을 받는 겁니다.

 

안심하십시오, 안전지대는 이제 당신의 도움따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카라의 HP와 이성이 0이 됩니다.


 

ZERO

 

이곳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검은 장소.

 

눈을 떠도 감아도 오로지 검은 어둠만이 당신을 반깁니다.

 

누군가는 이 장소를 무의식의 결정체라고 부를 것이고, 누군가는 이 세계의 진정한 정체라고 부를 것입니다.

 

카라는 누웠습니다.

 

천장에는 어째서인지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털 하나 없는 살덩이 위로는 진물이 흐르고, 드러난 눈알은 번들거립니다.

 

내장덩어리 같은 것들이 호흡할 때마다 위 아래로 들썩입니다.

 

이것이 당신의 진정한 모습입니다.

 

말을 하고 싶어도 입을 열면 죽어가는 크리쳐의 앓는 소리만 흘러나올 뿐입니다.

 

전신이 피투성이로, 꼼짝도 할 수 없습니다.

 

죽고, 죽고, 또 죽어간 끝에 남은 것은 결국 이런 결말입니다.

 

움직이려 힘을 주어도, 살덩이의 핏줄이 돋을 뿐입니다.

 

작은 동물의 귀와 꼬리 같은 것이 힘없이 늘어집니다.

 

그때, 천장의 화면 위로 글씨가 드러납니다.

 

[RETRY : PRESS ANY KEY]

 

물론 재개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이런 모습으로는 기어가는 게 고작일 뿐입니다.

 

지불할만한 재화도 없습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곁을 지켜주는 사람도 없이 그저 호흡합니다.

 

그렇게 십 년이 흐릅니다.

 

아니, 백 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천 년, 만 년, 일억 년, 어쩌면 몇 초였을지도 모르는 순간이 지납니다.

 

발걸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처음 보는 얼굴의 인영이 가까이 다가와 당신의 곁에 앉습니다.

 

그는 혐오스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차분한 표정으로 당신에게 물을 주고 담요를 덮어줍니다.

 

크리스 : 누가 그러는데, 내가 세계를 구했대요. 난 그냥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인데. 어쩌면 그 행동도 그저 프로그래밍된 성격과 행동 양상에 따라 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죠.

 

크리스 : 그래도, 누군가를 위해 행동하는 순간엔 여태까지 중에서 제일 살아있다고 느꼈어요. 어쩌면 나는 줄곧 영웅 같은 게 되고 싶었을지도 몰라요.

 

크리스 : 영웅의 삶은 많이 힘든가요?

 

크리스는 딱히 대답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그렇게 열흘 동안 당신의 곁을 지킵니다.

 

어쩌면 10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흐르자, 크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크리스 : 이만 가야할 것 같아요. 함께 있어서 즐거웠어요. … 그리고, 이거 드릴게요.

 

크리스가 천장에 뚫린 틈새에 은색 동전을 밀어넣습니다.

 

띠링, 경쾌한 소리와 함께 화면에 적힌 글자가 [COIN : 1/5]로 바뀝니다.

 

당신은 도로 눈을 감습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날들이 다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다녀갑니다.

 

미고 : 이런, 주무시고 계셨군요. 안 좋은 타이밍에 찾아뵈었네요. 그래도 다시 뵈어서 정말 기쁩니다. 정말 멋진 활약상이었어요. 특히, 베나스님에게 맞서 싸워 활약할 때에는 아무리 저라도 손에 땀을 쥐고 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미고 : 보잘것 없지만 상영료입니다.

 

달그락,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

 

에보니 : 쉿, 방해하지 말자. 나타샤, 이쪽으로 와.

 

나타샤 : 간만에 얼굴 보고 대화하고 싶었는데 아쉽네.

 

에보니 : 그래도 너는 많이 얘기한 축에 속하지 않아? 난 그때 헬기에서 만나뵌 게 마지막이었다고.

 

나타샤 : 그거랑 이게 같아? 따지고 보면 애초에 네가 죽……. 에보니, 넌 늘 이런 식이지.

 

에보니 : 화내지 말고, 자. 여기에 넣어.

 

얇은 담요 위로 두툼한 이불이, 또 베개가 생기고, 작은 그릇에 물과 빵, 통조림이 쌓입니다.

 

그로부터 하염없이 긴 시간이 또 흐르고……. 카라는 문득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곁에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베나스가 앉아 있습니다.

 

당신 몫의 통조림을 까서 먹고 있네요.

 

베나스 J. 클레멘스타인 : 일어났어요?

 

베나스 J. 클레멘스타인 : 언제부터 여기 있었냐는 표정이네요. 저야 늘……. 곁에 있었잖아요~

 

베나스 J. 클레멘스타인 : 범위에 따라 애매해지나~ 어떤 저까지 ‘진짜’로 헤아려줄래요?

 

문득, 카라의 목소리가 트입니다.

 

이전보다 비교적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습니다.

 

괴물 : 너야말로, 어떤 나까지 진짜로 헤아려 줄래?

 

베나스 J. 클레멘스타인 : 일단, 제 앞에 있는 카라는~ 진짜라고 생각해요!

 

괴물 : 다행이다. 역시 전부 무가치하진 않았네. 그거면 됐어. ...무슨 말을 전하고 싶어서 내 곁에 있는 거야?

 

베나스 J. 클레멘스타인 : 많은 이야기요. 이미 지나간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 혹은 아무것도 아닌~ 그저 그런 이야기들!

 

베나스 J. 클레멘스타인 : 만나자마자 때렸던 건 미안해요. 치료하고 때리다니, 세상에~ 신사적이지 않아라! (키득거린다.) 제가 왜 그랬는지 저도 모르겠네요~ 카라 탓이 아니란 건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괴물 : 넌 원래부터 신사적이지 못했어. 아주 먼 옛날부터, 어쩌면 다른 세계에서도...

 

베나스 J. 클레멘스타인 : 말 잘했어요. 카라가 언젠가 안아주면서 해줬던 말,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겠다는 말도 기억하고 있다구요. 따스했는데, 크리쳐 기준은 역시 다른가 보네요~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괴물 : ...미안해. 곧 죽으려고 했는데 잘 안 됐어.

 

괴물 : 나는 그냥 너와 함께 살아있고 싶었을 뿐인데...

 

베나스 J. 클레멘스타인 : 그래도 아주 탓하고 싶지는 않네요~! 카라를 안고서 하늘을 나는 게 꽤 재미있었다고,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도~ 언젠가 말했었던가요? 같이 살거나, 죽을 거라고 약속해두고 먼저 떠난 일은 분하긴 하지만~ 역시 살아있는 카라가 좋았어요.

 

괴물 : ...아하하. 약속 어겨서 미안해. 그래도... 널 구하고 싶었던 것 뿐이라고 말하면 믿어줄래?

 

베나스 J. 클레멘스타인 : 못 믿을 것도 없죠. 카라는, 언제나... 절 구하기 위해 움직였잖아요? (먹던 것까지 내려두고 턱을 굅니다.) 처음으로 돌아갈까요?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고 함께할 수 있었던 시절 말이에요, 그때는 제가 멋모르고 크리쳐가 되고 싶다느니, 힘 좀 측정하게 싸워 달라느니- 별 말을 다 했잖아요? 아, 싸우고서 보러 간 바다 참 좋았는데. 다음 집은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마련해 볼까요~

 

괴물 : 전부 내 나름대로 널 좋아했던 건데. 어떤 것도 잘 안 됐네. ...역시 그 때가 좋았어.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무구하게 웃을 수 있었던 때가. (길게 한숨 내쉰다.) 나는 네가 있던 세계의 내가 아닐지도 몰라. (가만히 누운 채 팔 들어올렸다가 떨어뜨린다.) 그럼에도, 이런 나라도 여전히 나라고 여겨준다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같이 살자.

 

베나스 J. 클레멘스타인 : 재미있는 소리를 하네요, 카라. 제가 아는 카라는 여러 모습이었어요. 그렇게 따지고 보면- 그건 처음이 아니네요. 사실 더 이전부터 있었잖아요? 카라가 절 지켜주고, 떠나고, 전 카라를 찾으러 가고~... (가만히 당신을 쓰다듬어 봅니다.) 덕분에 빗소리가 싫어졌죠. 결국 성공했을 때는 참 즐거웠지만요! 실패하더라도 함께 귀가하는 길은 따스했던 기억이 나네요. 더 전으로 가면, 놀려먹기를 좋아했던 저와~ 골칫덩이 부하 직원을 둔 카라도 있었고. 지금의 카라도, 그 때의 카라도~ 저는 다 좋아한다고요!

 

베나스 J. 클레멘스타인 : 아, 그때에도 카라는 인간이 아니었나요! 확실히 인간만 마음을 가지는 건 아니네요, 그렇죠?

 

괴물 : 결국 내가 다 망쳐버렸던 이야기네. 생각해 보면 우산 아래서 같이 걸었던 기억도 있었나. 분명하게 떠오르지는 않지만... 미안해. (울먹이는 목소리 된다.) ...그 때의 나는 엉망이었지만. 너 하나라도 좋아해줘서, 정말 다행이야.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나 같은 괴물이라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괴물 : 네가 이야기하는 우리는, 전부 우리였을까.

 

베나스 J. 클레멘스타인 : 그 모든 세계의 베나스는~ 카라를 좋아했어요. 제가 좋아한 사람이 엉망이라니, 그런 소리는 말아요! 누가 뭐래도, 어떤 모습이라도. 제가 인간이라면 인간인 거예요. 알았죠~? (작은 살덩이 모습이지만, 아프지 않게 톡 건드린다.) 그건 전부 저였어요. 그러니까, 지금 제 앞에 있는 카라도….

 

베나스 J. 클레멘스타인 : 그리워마지 않던 제 파트너.

 

짤그랑, 금속음 소리와 함께 모든 동전들이 모입니다.

 

베나스 J. 클레멘스타인 : 결말까지 앞으로 한 걸음 남았으니까요,

 

베나스의 손끝이 닿는 순간, 흉측하던 신체의 말단부터 세포의 갈래가 나뉘며 교차되고, 또 얽히며 인간의 신체로 변합니다.

 

내장을 뒤덮고 수복하는 피부, 또렷한 눈동자, 원래대로 돌아온 모발, 겹쳐 잡은 손끝이 천장을 향합니다.

 

베나스 J. 클레멘스타인 :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PRESS ANY KEY.

 

닿은 자리부터 카라는 빨려들듯이 천장 안으로, 아니, 밖으로 향합니다.

 

베나스는 함께 가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베나스 J. 클레멘스타인 : 카라가 저를 구했으니, 카라는 제가 구할 거예요.

 

RESTART

 

단순하고, 명료하지만, 너무나도 잊기 쉬운 사실.

 

당신을 망치는 건 당신을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지만, 당신을 구하는 건 소수의 깊은 인연입니다.

 

세계를 구하고 싶다고 생각한 작은 계기가 떠오릅니다. 아, 그래…….

 

나는 그냥 네가 이곳에 함께 살아있었으면 했구나.

 

광기 해제, 상실한 이성과 체력을 전부 회복합니다.

 

수백 명의 안드로이드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옵니다.

 

누군가가, 아니, 무언가가 당신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목소리의 출처는 카라가 쓰러져있던 연구소 뒷편, 실험관들이 나란히 선 자리입니다.

 

카라 프리지아 : (실험관 앞으로 다가간다.)

 

가까이 걸어간 카라는 데로록 굴러가던 눈동자와 눈이 마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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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형 크리쳐

 

당신은 카라. 현존하는 최강의 크리쳐. 그리고 알파.

 

카라는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깨닫습니다. 알파는 모든 크리쳐들의 우두머리.

 

카라는 여태까지 외면하던 진짜 자신을 마주하고 눈을 떴습니다. 그 어떤 크리쳐든 당신의 명령에 부응할 것입니다.

그리고 눈앞에는 모든 실험관의 입구를 여닫는 개폐 버튼이 있습니다.

 

카라 프리지아 : ...미안하다고 말할걸. 나는 전부 늦은 뒤에 후회하는 게 문제야... (언젠가 어떤 존재가 나를 구했던 것처럼... 버튼을 누른다.)

 

카라가 이를 누르면 모든 실험관들이 열리며 몇십 체의 크리쳐들이 탈출합니다.

 

그들은 일제히 당신의 앞에 몸을 숙이고 복종하는 자세를 취합니다.

 

우리들의 왕이시여, 무엇이든 좋으니 명령해주세요.

 

모든 크리쳐들은 그 존재를 긍정받습니다. 지금부터는 함께 싸울 시간입니다.

 

허공을 빙글빙글 돌며 반짝이는 중앙 관리 체제가 보입니다.

 

상자가 절반으로 나뉘어 갈리며 푸른 빛을 내뿜자,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행성이 더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종말, 멸망, 세계의 끝이 다가온다는 절망, 패닉, 압도적인 공포, 가늠할 수 없는 긴장감이 안전지대에 내려앉습니다.

 

사격으로 쉴드를 파괴하기엔 지금 소지하고 있는 쌍수 무기는 사거리가 부족합니다.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탄환이 목표까지 닿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변에 높은 건물이라곤 보이지 않고, X 제약 회사는 반쯤 부서져 있습니다.

 

여기서 카라, 세션 시작 이후 사용하지 않았던 기능치 ‘용기'를 판정합니다.

카라 프리지아 : cc<=70 용기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6 > 86 > 실패

 

용기가 10 상승합니다.

 

다시 한 번 시도할 수 있습니다.

카라 프리지아 : cc<=80 용기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4 > 94 > 실패

 

다른 특성치를 깎아서 올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체면이 구겨지고, 이성이 흐려져 평소처럼 행동할 수 없게 되더라도 짜낸 용기입니다.

 

카라 프리지아 : (교육 깎겠습니다.)

 

다시, 용기 판정입니다.

카라 프리지아 : cc<=90 용기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5 > 75 > 보통 성공

 

‘용기’ 기능치의 이름이 ‘직면’으로 바뀝니다.

 

당신은 스스로를 직면합니다.

 

스스로의 정체를, 그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당신이라는 생명체를 받아들입니다.

 

그 존재를 긍정해준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끔찍한 괴물도, 선망의 대상이 된 용사도, 평범했던 누군가의 파트너도 전부 당신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데까진 아주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카라가 자신의 존재를 직면한 순간, 체내의 크리쳐 세포가 박동합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되고자 하는 건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척추 시작부터 끝까지 날카로운 금빛 가시가 튀어나와 땅을 세차게 딛고 밀어냅니다.

 

당신의 몸은 단숨에 허공으로 떠오릅니다.

 

표적이 손에 잡힐듯 가까워집니다.

 

AOC 건물의 옥상을 보면 당신과 같은 타이밍에, 허공을 향해 총을 겨누는 베나스가 보입니다.

 

검이 쉴드에 때려 박히고 카라는 가볍게 땅바닥을 딛고 앉습니다.

 

여태까지 알지 못 했던 경지가 보입니다. 당신은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때마침 베나스에게서 무전이 옵니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쉴드 파괴 완료~ 방해가 좀 있었지만 어떻게든 됐어요. 그쪽은요?

 

카라 프리지아 :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해결했어. 잠깐 죽어서 꿈을 좀 꿨는데... 네가 도와줬던 것 같아. 고맙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한 번 죽었는데도~ 용케 시간 안에 성공했네요? 만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려줘요~!

 

짧게 연락을 주고 받던 중, 휴대용 기기가 탄환에 맞아 박살납니다.

 

총을 내려둔 나타샤가 이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옵니다.

 

부서진 잔해 위로 코트자락이 흩날리고, 저 너머에 뒤따라 오는 교주의 모습이 작게 보입니다.

 

쉴드가 부서졌음에도 중앙 관리 체제는 흉흉하게 빛나며 더욱 더 빠르게 행성을 이쪽으로 끌어옵니다.

 

카라 프리지아 : ...나랑 싸울 생각이신가?

 

나타샤 폴 블레인 : 그걸 꼭 말로 해야 압니까.

 

카라 프리지아 : 미안, 눈치 없고 멍청해서. 그래도 어떤 세계에서는 동포였으니까 죽이고 싶진 않았는데. 싸울 거면 바로 와라.

 

최종 전투가 시작됩니다. 전투는 나타샤와 카라의 1:1로 진행됩니다. 교주는 지켜만 볼뿐 참여하지 않습니다.

 

‘직면' 판정에 성공한 카라는 크리쳐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였습니다.

 

더 이상 능력을 사용할 때 거부감은 없으며, 당신 안의 크리쳐 역시 기꺼이 당신에게 힘을 빌려줄 것입니다.

 

얼음 방패와 눈의 검이 각각 +1d8로 상향됩니다.

 

카라의 턴입니다.

 

카라 프리지아 : 정말로... 당신을 공격하는 건 어딘가 꺼림칙하단 말야.

카라 프리지아 : cc<=80 사격(라/산)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9 > 89 > 실패

 

나타샤 폴 블레인 : 그렇다고 봐주시면 후회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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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 폴 블레인 : cc<=95 근접전(단도)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6 > 86 > 보통 성공

나타샤 폴 블레인 : 1d8+2d6 피해(근거리/도검) (1D8+2D6) > 1[1]+9[4,5] > 10

얼음 방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카라 프리지아 : 다음엔 안 봐줄 거야. (방패 사용합니다.)

 

카라, HP -5.

 

카라의 턴입니다.

 

카라 프리지아 : (눈의 검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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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프리지아 : cc<=80 사격(라/산)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7 > 57 > 보통 성공

카라 프리지아 : 4D6+1d4+1D8 피해(크리쳐탄/사격) (4D6+1D4+1D8) > 10[4,2,3,1]+2[2]+3[3] > 15

나타샤 폴 블레인 : (이 꽉 깨뭅니다..)

나타샤 폴 블레인 : cc<=49 회피 (1D100<=4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5 > 85 > 실패

 

카라 프리지아 : 이쪽이야말로 좀 봐주면 안 될까?

 

나타샤 폴 블레인 : 압니다, 이런다고 에보니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나타샤 폴 블레인 : 하지만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죠? 어차피 에보니는 이런 저를 용서하지 못할 거고, 죽음 뒤에는 지옥의 끝자락만이 반겨줄 텐데.

 

나타샤 폴 블레인 : 그럴 거라면 한 사람이라도 더 길동무로 삼을 뿐이에요. 그러면, 적어도…

 

나타샤 폴 블레인 : 그 인파 속에 묻혀 얼굴이라도 한 번 볼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나타샤 폴 블레인 :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적 없는 당신이 과연 내 생각에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겠습니까?

 

교주가 품에서 마도서를 꺼내 영창합니다.

 

카라 프리지아 : 없긴 왜 없어. 다른 세계에서 한 번 잃고 왔다.

 

나타샤가 검은 형체가 되어 크게 부풀어 오르더니, 이내 인간의 모습을 잃고 괴로운 듯 울부짖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될 수도 있었던, 혹은 베나스가 될 수도 있었던 이야기.

 

이성 판정 1/1d2.

카라 프리지아 : cc<=90 이성체크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5 > 55 > 보통 성공

 

이성치 1 감소합니다.

 

전투가 재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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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프리지아 : cc<=80 사격(라/산)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5 > 45 > 보통 성공

카라 프리지아 : 4D6+1d4 피해(크리쳐탄/사격) (4D6+1D4) > 13[6,3,2,2]+4[4] > 17

카라 프리지아 : 당신이 이렇게 되어버리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도 없어지잖아...

 

눈의 검, 사용하나요?

 

카라 프리지아 : (사용합니다.)

 

나타샤는 체내에 넘치는 힘과 광기를 견디지 못하고 마음이 꺾여, 결국 폭주했습니다.

 

이를 끝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누구인지는 자명합니다.

 

당신은 녹취록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자, 나타샤의 소원을 들어줄 시간입니다.

 

전투가 종료되면, 나타샤였던 생명체는 바닥에 쓰러져 천천히 흩어집니다.

 

듣기 판정.

카라 프리지아 : cc<=50 듣기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0 > 10 > 대단한 성공

 

미약한 흐느낌 속에서 군데군데 들리는 사람의 언어를 들을 수 있습니다.

 

“에보니…….” “나도, 데려가……. 곁에, 있게…” “파트너…… 잖아….”

 

마침내 흩어져 사라집니다.

 

카라 프리지아 : 미안해.

 

사로잡혀 괴로워하던 동료는 당신의 손으로 끝냈습니다.

 

나타샤도, 에보니도 분명 당신에게 고마워할 거예요.

 

뒤를 돌아보면, 교주였던 존재는 나타샤의 폭주에 휘말려 사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 그토록 심한 짓을 저지른 존재이지만, 그 기반에 무한한 동경과 열망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냥 미워하기 힘듭니다.


 

나타샤가 소멸해도 중앙 관리 체제는 멈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제 하늘은 거대한 행성으로 가득찬 상태입니다.

 

정신력 판정.

카라 프리지아 : cc<=90 정신력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8 > 48 > 보통 성공

 

베나스가 연동되었던 건 1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라는 과거의 사실을 일부 기억해냅니다.

 

그렇다면, 미고의 도움이 없는 지금 저걸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오데트를 업은 콘라드가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콘라드 : 상황은 어떻습니까? 막을 수 있겠어요?

 

카라 프리지아 : 아니, 곧 지구인 모두 길동무로 죽겠어.

 

카라가 대답하면, 오데트가 콘라드에게 내려달라는 제스쳐를 취한 뒤 천천히 내려옵니다.

 

그는 그것조차 숨이 찬 듯 한참을 헐떡거립니다.

 

바닥이 난 생명력과 변해버린 외형은 분명 카라를 원래 있던 차원에서 이쪽 세상으로 끌고 오느라 오데트의 능력을 추출, 변형 및 확대하면서 일어난 비극이었습니다.

 

오데트 : 상황은 조사 보고랑 드론 촬영으로 대충 들었어. 크리쳐가 존재하는 세계라면 어디서도 멸망의 법칙은 깨지지 않았고, 당신은 여기 사람이 아니라는 것까지.

 

오데트 : 어쩌면 해결 방안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오데트 : 멸망의 법칙은 깨지지 않았다는 말, ‘크리쳐가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는 다르다는 거잖아. 그곳에는 모든 답이 있겠지. 그리고…….

 

무언가 설명하려는 듯 입을 열던 오데트는, 문득 다시 입을 닫고 침묵을 지킵니다.

 

오데트 : 기억 나? 원래 있던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있었던 일.

 

그 말에 기억을 되짚어봅니다.

 

마침내 흘러간 시간을 두 손으로도 셀 수 없게된 어느 날, 당신은 어렴풋하게 어떤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목소리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기 때문에 당신은 이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데트는 카라의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합니다.

 

오데트 : 그쪽이 멸망하지 않았다면,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 말에 카라는 무의식적으로 베나스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말은 이어집니다.

 

오데트 : 이곳 사람도 아닌 당신이 여길 구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할 필요는 없어.

 

오데트 : 누군가를 구하고, 돕고, 살리는 것은 의무가 아니고,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지. 세계 멸망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걸려 있다고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오데트 : 당신 그 자체.

 

그리고 오데트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오데트 : 당신을 불러온 건 나의 능력이니, 돌려보내는 것도 내가 해야 마땅해. 그러니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당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선택을 해봐.

 

콘라드 : 오데트, 더 이상 능력을 쓰면…….

 

그 말을 들은 콘라드가 사색이 되어 말리지만,

 

오데트 : 이건 내 권리, 그리고 내가 정하는 마지막이야.

 

오데트는 강경합니다.

 

오데트의 능력도 한계에 다다르고, 카라도 단 한 군데 밖에 고를 수 없습니다.

 

카라, 선택의 시간입니다.

 

이 순간에도 행성은 다가오고, 도움을 구하는 목소리가 당신의 발목을 잡습니다.

 

하지만 결국 어디에서, 누굴 위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는 온전히 당신의 몫입니다.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 가겠습니까?

 

아니면 더 머나먼 곳으로 떠나겠습니까?

 

카라 프리지아 : …어쩔 수 없어졌잖아.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세계가 있다면 떠나고 싶어. 오히려 더 어려운 길이 된다 해도… …그래도 약속했는데. 가능하면 내 파트너에게 말 전해줘. 또 제대로 된 인사도 못 나누고 이별을 맞이하게 되어 미안하다고. 분명 화낼 테니까, 내가 다른 세계로 도망치듯 떠났다는 말은 하지 말고...

 

오데트 : 새로운 좌표를 찾아, 셀 수 없이 많은 경우의 수를 뚫고 나아가야 해. 나는 한없이 약해져 있으니까……. 안타깝지만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어.

 

창백한 안색으로 잠자코 있던 콘라드가 자신의 손을 내밉니다.

 

콘라드 : 나를 써. 오데트, 그게 네가 고른 정답이라면 전적으로 너를 믿을게.

 

오데트가 적막을 지키다 대꾸합니다.

 

오데트 : 둘로도 부족할 거야. 차라리 뭔가 다른 대책을…….

 

그때, 구석에 숨어있던 어떤 사람이 손을 듭니다.

 

“저기, 여태까지 지켜봤는데요, 저라도 괜찮으면 써주지 않으실래요?”

 

아주 평범한, 처음 보는 얼굴입니다.

 

“당신이 싸우는 거 계속 숨어서 지켜봤어요.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그 사람의 말을 끝으로, 우물쭈물대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대피소에서 빠져나옵니다.

 

“지켜야 할 가족이 있으니까, 내 목숨 하나로 끝난다면…….”

 

“정말로 구해주시는 거죠? 정말이죠……?”

 

“어차피 멸망 때문에 죽을 거라면 걸어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주변으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오데트는 주변을 둘러보곤 고개를 작게 젓습니다.

 

오데트 : 아직 부족해. 카라는 안전 지대의 테러로 소환됐으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지는 알고 있겠지?

 

그때, 안드로이드들이 걸어옵니다.

 

진압용 인력인가 싶어, 경계해 총을 들어도 그들은 빈손입니다.

 

그들은 전부 생전의 기억이 있는 고인의 안드로이드들입니다.

 

“이야기는 다 들었습니다. 부디 저희의 전력도 써주세요.”

 

“어차피 나타샤 씨의 명령에 의해 원치 않게 많은 사람들을 해친 몸입니다.”

 

반대편에서는 종교에 속했던 사람들 일부가 아주 조금씩 나옵니다.

 

“저희는 그저 당신을 존경한다는 이유만으로 종교에 들어갔으나, 뜻이 맞지 않아 테러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미력하게나마 저희 단체가 속죄하게 해주세요.”

 

좋게 말하자면 헌신적인 희생양, 나쁘게 말하자면 자살 희망자들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그들은 당신을 믿고 뒤를 잇습니다. 후세가 존재한다면, 그들 역시 영웅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카라 프리지아 : ...죄송합니다.

 

오데트 : ...결정됐네. 베나스한테 말은 못 전할 것 같아. 그래도 괜찮지?

 

카라 프리지아 : 어쩔 수 없지. 그럼 시작해줘.

 

오데트가 문을 천천히 엽니다.

 

하나 둘씩 바닥으로 쓰러져, 곧 A시의 거리는 평온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시체들로 가득 찹니다.

 

허공에 반짝이는 선이 긴 직사각형을 이루고, 짙은 나무색의 문짝이 달립니다. 손잡이는 정교하고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문이 완성되었을 때, 거리에 남은 사람은 오데트와 카라 둘 뿐이었습니다.

 

오데트 : 크리쳐라는 매개가 곧 멸망으로 이어지는 이유를 찾아. 당신이라면 할 수 있어.

 

입가에서 피가 흐릅니다.

 

오데트는 당신을 향해 한 번 웃고는, 콘라드의 옆으로 천천히 눕듯 쓰러집니다.

 

이제 당신은 홀로 남았습니다. 문을 열까요?

 

카라 프리지아 : ...미안해... (문고리를 당긴다.)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순간, 카라는 깨닫습니다.

 

이 문, 힘이 부족합니다.

 

아무리 잡아당겨도 열리지 않는데다가 곧 사라질 것입니다.

 

정신력 판정입니다.

카라 프리지아 : cc<=90 정신력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6 > 56 > 보통 성공

 

당신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강력한, 무생물의 에너지원을.

 

허공에서 빛나며 행성을 끌어당기는 중앙관리체제.

 

비록 저걸 이용한 사람은 반드시 파멸을 맞이했지만, 이 상황에 이것보다 더 적합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문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 이제 없는 지금, 카라에게 선택권은 없습니다.

 

자, 중앙 관리 체제를 받아들이고 문을 열겠습니까?

 

아니면 마지막 남은 존엄성을 선택하겠습니까?

 

카라 프리지아 : ...역시 훨씬 어려운 길이었구나. (조용히 중얼거리며 고개 끄덕인다. 받아들일게.)

 

카라가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면, 계약의 시간입니다.

 

베나스의 모습, 그리고 나타샤의 모습이 천천히 기억을 스쳐 지나갑니다.

 

당신은 한쪽 눈을 바치고 중앙 관리 체제의 소프트웨어를 그 자리에 이식해야 합니다. 마력을 10 소비하면 계약이 성사됩니다.

 

카라 프리지아 : ...돌아갈 수 있다면, 이라고, 몇 번이나 바랐었는지.

 

손바닥 위를 구르던 눈알이 푸른 빛과 함께 허공으로 떠오릅니다.

 

그 빛은 중앙 관리 체제와 이어지고, 복잡한 형태의 사각형 기계는 모습을 재조합해 빛나는 작은 구체를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카라의 정신과 중앙 관리 체제가 연동됩니다.

 

아자토스의 정신 침식이 시작됩니다.

 

머릿속으로 중앙 관리 체제의 연산이 밀려 들어옵니다.

 

이성 판정 1d100/1d200 진행 후, 자동으로 지능 판정 성공합니다.

 

이성 판정.

카라 프리지아 : cc<=89 이성체크 (1D100<=8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8 > 58 > 보통 성공

 

카라, 이성치 -44.

 

광기: 악인이 시작됩니다.

 

새 하얗게 빛나는 빛의 기둥 속, 입고 있던 제복의 바람막이가 겉부분부터 녹아내려 길게 늘어집니다.

 

그 기장과 모습은 마치 새하얀 코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흐릿해진 정신 너머로,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체가 보입니다.

 

그들은 분명히 당신의 곁에 있습니다.

 

그리고, 베나스가 당신의 앞에 있습니다.

 

먼 거리를 달려 온 듯 땀에 젖은 채로 이 상황을 황망하게 지켜봅니다.

 

만약, 되살릴 수 있다면.

 

상처 주지 않을 수 있다면, 그리운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시야의 절반이 노이즈 낀 것처럼 혼탁하고 역겹습니다.

 

바닥에 나타샤가 착용했던 안대가 떨어져 있습니다.

 

이걸 쓰면 시야에 익숙해지는데 한결 편해질 것 같아요.

 

카라 프리지아 : ...다 늦어버렸어. (안대 주워서 착용한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카라,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왜 그런 꼴을 하고 있어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말 좀 해봐요. 설명 좀 해줘요, 어서…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전부 카라가 이런 거예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아니죠…?

 

문이 열립니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당신은 이제 헤어져야 함을 직감합니다.

 

또한, 광기: 악인이 발동되어 이곳의 베나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할 이유를 잃습니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어디 가는데요, 잠깐… 대답하세요!!!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카라는 문 너머로 걸어 들어갑니다.

 

카라 프리지아 : 응, 내가 한 짓이야. 안녕. 안온하게 죽길 바라.

 

이 아득한 순례의 처음과 끝을 당신에게 바칩니다.

 

이것은 틀림없는 괴물예찬론.

 

에필로그로 이어집니다.


 

카라는 차원의 틈바구니에서 당신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를 듣습니다.

 

“어떤 기분이신가요? 이제 정말 당신은 한 차원의 위의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제 필요 없는 것은 제가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트가 지급됩니다.

 

가장 강력한 크리쳐, 그리고 인간인 당신은 아자토스의 능력을 고스란히 받아냅니다.

 

그 어떤 중앙관리체제의 주인들 중에서도 가장 완벽하게 융합을 해낸 끝에, 새로운 신화생물이 탄생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당신입니다.

 

아자토스로 완전히 변하고 생각까지 물드는데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당신에겐 사명이 있습니다.

 

하지만,

 

잠깐의 여유는 괜찮겠죠.

 

허공에 있는 수백 개의 문들 중에서 익숙한 모양의 문이 보입니다.

 

두 사람의 집, 크리스마스 리스가 달린 현관문입니다.

 

인공 아자토스, 카라 : ...다 이렇게 된 일이었을까. 아무래도 좋아, 잠깐이라도, (편해지고 싶어. 이어지는 말은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대신 문 활짝 열어젖힌다.)

 

따스한 온기가 당신을 맞이합니다.

 

입고있던 옷은 어느덧 크리스마스 니트로 바뀌어 있습니다.

 

거실에서는 TV 소리가 들리고, 탁자 위에는 따뜻한 컵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래야 한다고 정해진 것처럼 컵을 들고 문 밖으로 나옵니다.

 

시시한 클리셰 영화의 일부가 흘러나오고, 베나스는 소파에서 자고 있습니다.

 

홀린 듯이 자다 깬 그가 이쪽을 쳐다봅니다. 놀란듯한 표정이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 창문 밖을 봅니다.

 

수십, 수백 개의 세계선,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같은 운명을 주고 받으며 빙글빙글 돌고 있었을지도 몰라.

 

그러니 이건 당신이 두고 온 사람에게 보내는 선물입니다.

 

당신은 베나스가 이 문 밖을 나가면 어김없이 괴로워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날의 당신도 그랬을까요?

 

베나스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잠깐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베나스가 문 앞에 섭니다.

 

떠나는 베나스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말이 있지 않나요?

 

인공 아자토스, 카라 : (손목 꽉 붙든다.) …후회할 거야. (하, 허공에 헛웃음 친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었구나.) 아주 많이 아플 거고, 아주 많이 괴로워질 거야. …도망쳐도 돼. 쉬어도 돼. 모두 행복해졌다는 결말을 맞이해도 그게 우리 몫은 아니잖아. 그러니까… 이제 그만 날 구원해줘... ...다 내 탓이야. 그냥 같이 있어줘, 제발… (그 날 너도 이랬으려나. 그랬으면 곁에 있어줄 걸 그랬다. 다 늦은 후회만 뺨을 타고 흐른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당신을 돌아보는 눈에, 잠깐 당황이 어립니다.) 카라~ 잠깐이에요. 길지 않을 테니까요? ... 정확히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제 진짜 카라를 저 밖에 두고 온 것 같아요. (제 손목 위에 올라온 손을 감싸듯 잡습니다.)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끝까지 제가 책임져야죠! 다 괜찮을 거예요. 제가~ 괜찮게 만들어 볼게요, 카라. (한 팔로 꾹 끌어안았다가, 놓아줍니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저 믿고, 보내주세요. 할 수 있어요!

 

인공 아자토스, 카라 : 괜찮을 일은 아무것도 없어. 반드시 괴로워질 거야. 죽을 만큼 괴로운 일을 겪을 거야. 그냥... 나랑 같이 꿈에 남아줘. 훨씬 편한 길이잖아. 모든 건 내 탓이니까... (당신 어깨에 고개 묻는다. 나 스스로 내린 결정이란 건 나도 알아, 차라리 다른 사람 탓이었다면 나았을 텐데.)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하지만, 꿈 속에 남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예요. 카라는... 그대로 괜찮아요? (말도 듣기 전에, 고개부터 저어 버립니다.) 안 괜찮겠죠. 제가 아는 카라는 어떻게든 나아갈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저도 포기할 수 없는 거예요. 편한 길이 아니어도, 이 앞에 무슨 고난이 있어도. 끝에는 카라를 구하고 싶으니까요~! 모든 게 카라 탓이 되지 않도록, 힘내 볼게요.

 

인공 아자토스, 카라 : 내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이 있을지 알아버렸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해도 놓아줄 수 없겠는데. ...바보 같아. 다 늦은 게 당연하잖아. 여기 있어주면 안 돼? (붙든 손에 힘 풀린다.) ...결국 갈 거야?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그래도 카라를 혼자 두면 쓸쓸할 테니까요! 카라에게 제가 필요하단 걸 잘 아니까, 가야만 해요. (꿈 속이라 그런가~ 어리광이 심하네요! 하고는 살짝 쓰다듬어 본다.) 가서 실망하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죠. 이건 제 선택이니까~ 존중해 줄래요?

 

인공 아자토스, 카라 : 늦었어. 어차피 죽어버릴 거야. 늦은 게 당연한데도... (고개 떨군다.) ...이젠 모르겠어. 마음대로 가서 죽어버려.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이렇게 나오면 마음 약해지는데~ (씁쓸하게 웃습니다.) 미안해요. 이건 역시 꿈 같은 거겠죠? 그러니까~ 남을 수 없어요. 누군가 저편에서 절 필요로 하거든요.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인공 아자토스, 카라 : ...돌아오겠다는 말은 하지 마.

 

베나스 클레멘스타인 : (문으로 걸어가다, 그 소리에 뒤돌아봅니다.) 언젠가~ 아주 많이 괴로워지면 돌아올게요!

 

센서등이 밝아지고,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다시 꺼집니다.

 

크리스마스 조명이 반짝이는 방에 당신은 혼자 남겨졌습니다.

 

그저, 혼자.

 

새하얀 코트를 입은 사람이 돌아봅니다.

 

그 사람은 당신입니다.

 

자, 이제 남은 시간은…

 

END. Time limited.

카라 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