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GRRR 2
W. 청서
명심하세요.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당신은 영웅입니다.
kpc. 콰이로
pc. 체이시
플레이타임: 대략 8시간
!이하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잿빛 세계와 간간이 도심 쪽에서 비춰오는 청색 네온사인.
이곳은 AOC 본부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공터, 눈 쌓인 야외 훈련장입니다.
콰이로와 체이시는 평상복 차림으로 서로를 마주보고 서있습니다.
매서운 칼바람에 반복 재생을 눌러둔 영상처럼 규칙적으로 머리카락이 흔들립니다.
1초, 2초…
몇 초 간 눈을 마주치고 있자면, 콰이로가 눈을 깜빡입니다.
이게 눈싸움이었다면 패배했겠네요. 체이시 승!
정말 눈싸움이라도 하려는 것인지, 콰이로는 곧 몸을 숙입니다.
추위가 싫어 꽁꽁 싸매고 나온 것치고, 콰이로는 맨손입니다.
둥글게 뭉치던 눈을 다시 눈밭에 굴리네요.
눈싸움을 하려는 것치곤 제법 크게 굴리는 모양새입니다.
쪼그려 앉아 열중하는 모습을 보니,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체이시 : (옆으로 다가가 몸 숙이고, 콰이로 따라 서툴게 눈 뭉친다...) (이게 맞나... 흘끔 쳐다보고)
콰이로 : (당신 쪽 보고는, 본인이 뭉치던 눈덩이를 당신의 것에 합쳐 버립니다. 한 덩어리가 된 눈덩이에 눈을 더 퍼서 뭉칩니다.)
눈코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지만, 보다시피 두 사람이 훈련을 하러 나온 것은 아닙니다.
장기 임무 끝에 호출을 받고 본부로 복귀한 둘은, 잠시간의 여유 시간을 받고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나왔습니다.
주변에서 훈련하고 있는 일반 대원들이 있지만… 당신의 파트너가 그런 사소한 시선을 신경쓰는 사람이던가요.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음악 방송 채널에 맞춰둔 라디오에서는 평온한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날이 따듯하지는 않지만, 이만하면 평화로운 오전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콰이로 : 이만하면... 그냥 굴리기만 해도 알아서 커질 거야.
체이시 : ...이대로 굴립니까? (눈덩이 토닥이던 손 멈추고, 툭 밀어 굴려본다)
제법 커진 눈덩이는 구르는대로 음영진 길을 만들어냅니다.
생각보다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작전 중 칭찬하듯, 어깨를 툭 두드린 콰이로가 새 덩어리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때,
라디오에 갑자기 노이즈가 낍니다.
불길하게 지직거리는 라디오 사이로 《긴급 속보》라는 단어와 함께 낯선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가까스로 말합니다.
"최강의 인류들로 구성된 특수 전투 부대, AOC는……."
오늘 자정, 본부에서 A급 범죄자들의 공개 처형식을 거행합니다.
죄목은 본부의 주요 기밀 및 전력 강제 탈취, 안전지대 곳곳에 파견된 대원들의 조속한 귀환을 요구하는 바이며…….
아나운서는 익숙한 AOC 건물과 함께 처형이 예정된 'A급 범죄자'들을 언급합니다.
긴급 속보로 어수선해진 분위기 사이로, 콰이로가 흰 숨을 뱉습니다.
지능 판정
체이시 : CC<=50 [ 지능 ]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 > 8 > 대단한 성공
지목된 범죄자들은 또 다른 AOC 대원들입니다.
체이시, 그리고 콰이로와는 합동 임무를 진행하곤 했었죠.
사전에 들은 바 없으나, 처형식은 오늘 진행됩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언급된 죄목의 일부는 체이시와 콰이로가 몇 주 전 명령을 받아 행했던 것입니다.
동료들이 오늘 처형당합니다.
당신들의 죄목을 덮어쓴 채로,
갑작스럽지만 그렇게 됐습니다!
익숙한 비일상 감에 척추를 타고 전율이 흐릅니다.
체이시, 이성 판정 (0/1).
체이시 : CC<=50 [ 이성 ]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0 > 80 > 실패
이성치 1 감소합니다.
긴급 속보가 흘러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평범하게 파트너와 휴식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날로부터 벌써 1년이 흘렀네요.
당신은 여전히 크리쳐를 죽이고 터뜨리며 살고 있습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 당신이 후방을 맡고 파트너인 콰이로가 앞으로 나선다는 거겠죠.
콰이로는 걱정이 무색할 만큼 잘 싸울 때도 있었으나, 때때로 리셋을 필요로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이제야 바뀐 포지션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당신의 괴로울 정도로 날카로운 감은 뾰족하게 경보를 울립니다.
어떻게 엮이든 위험한 일이 생길 거라고!
그때, 체이시는 '어떤 위협'을 느끼고 두어 걸음 물러섭니다.
민첩한 반사 신경은 계속 단련한 탓인지 조금도 녹슬지 않았습니다.
그 직후, 팍! 소리와 함께 체이시의 주변에 눈이 튀어 오릅니다.
체이시의 옷에도 조금 묻어버렸습니다.
방금 전까지 눈사람을 잘 만들고 있지 않았나요?
갑자기 눈싸움으로 노선을 틀고 싶은 걸까요?
콰이로 : 짐덩이.
콰이로가 눈짓합니다. 시선이 없는 곳으로 가자는 것 같네요.
체이시 : (고개 끄덕이는 대신 눈짓하고 콰이로 뒤 따른다. 눈사람 쓸쓸하게 버려둔 채...)
콰이로 : (발개진 손끝끼리 문지르다가) 숙소로 가서 채비하지. 이야기도 좀 하고.
두 사람은 머지 않은 숙소로 이동합니다.
콰이로 : 카트린, 에보니, 앨릭… 전부 우리 때문에 죽게 할 수는 없어. 알잖나? 그 녀석들은 죄가 없으니까.
콰이로 : ……별로 안면은 없지만. 식사는 커녕 인사도 해본 적 없지만…. 한 명은 이름을 틀린 것 같기도 하지만.
체이시 : ......예. (머릿속에서 흐릿한 이름을 떠올려본다. 맞는 이름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양손 꾹, 움켜쥔 채)
콰이로 : 글쎄. AOC에 속해 있는 이상 상부는 거스르지 않는 편이 좋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야. 최소한 잘못된 벌을 받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아.
콰이로 : 상황 파악 이후에는 잡혀있는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행동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
체이시 : (일종의 반역이 아닌가, 짧게 생각한다. 그러나 반론하지는 않고 고개 끄덕인다.) ...상부에 직접 연락합니까?
콰이로 : 아니. 비공식적으로 움직이는 편이 좋겠어. (제 목에 걸린 폭탄 툭툭.) 알잖아.
체이시 : (표정 설핏 찌푸린 채) ...예. 마땅한 계획이 있습니까? 따르겠습니다.
콰이로 : 오늘 소강당에서 집합이 있다고 하던데... 일단은 높으신 분들 연설하는 내용을 듣고 나서 생각해보지.
그렇다고는 해도, 집합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았습니다.
따듯한 음료수라도 뽑아 마셔볼까요.
숙소에서 무기를 점검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체이시 : (곱은 손 목에 대 데운다) 음료수 드시겠습니까? 말씀해 주시면 뽑아 오겠습니다.
콰이로 : 아. 그러면 팥사과사이다로 부탁하지. 무슨 맛인지 궁금했거든.
팥사과사이다는 요즘 사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 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체이시 : 사과맛인데도 드십니까? (상상이 안 가는 조합... 고개 살짝 기울인다)
콰이로 : 먹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당신 쪽 보고 고민합니다.) ... 마음에 안 들어도 한 캔 정도는 마실 수 있지.
체이시 : 마음에 안 들면 바꿔 드리겠습니다. (제 것은 다른 맛으로 골라 뽑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몸 돌린다)
숙소 복도 한쪽에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음식이나 음료는 챙길 수 있습니다.
한 사람당 2개씩 챙길 수 있으며, 각각 HP +1, 이성치 +1 효과를 합니다.
체이시 : (부탁받은 팥사과사이다부터 하나 뽑는다... 다른 하나는 이온 음료로 할까.)
음료 두 개를 챙겼습니다. 지금 마시나요?
체이시 : (방으로 가져갑니다... 흔들리지 않게 조심하자)
숙소 방에 들어서자, 콰이로는 기다리고 있었단 듯 AOC의 군복을 꺼내 건네줍니다.
팥사과사이다와 자연스레 교환하네요.
콰이로 : (한 모금 합니다.)
콰이로 : (의외로 나쁘지 않은지, 눈썹 까딱하고는 계속 마십니다.)
콰이로는 그새 군복으로 갈아입은 모양입니다.
체이시 : (진짠가? 음료 캔 탁자에 올려놓고 환복한다...)
서스펜더를 조이고 조끼를 여민 뒤 거울을 보면, 1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그 모든 사건이 있었음에도 당신은 정의를 추구합니다.
아니,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걸지도 모르죠.
콰이로 : 한 모금 먹어볼 텐가.
체이시 : (...) 주신다면 마시겠습니다. (한 손 내민다. 조금 심란한 기색)
콰이로는 팥사과사이다를 체이시의 손에 쥐여줍니다...
팥의 구수한 맛과 사과향 사이로 톡톡 튀는 탄산...
호불호가 꽤 갈릴 맛입니다.
체이시 : (음......) 많이 드십시오. (이온음료 캔 열어 입가에 가져간다. 한 번에 캔을 반쯤 비운다... 입 헹구려는 양.)
이성치 1 회복됩니다.
그래도 이온음료의 익숙한 맛이 심신을 안정시켜주네요.
콰이로 : (아무렇지 않게 받아서 마저 홀짝.)
체이시 : (콰이로봄... 음료 캔 완전히 비운다;)
콰이로 : 아까 만들던 눈사람 있잖아.
콰이로는 숙소 창가를 눈짓합니다.
창문가에 미니미 눈사람 하나가 완성되어 있네요.
당신이 음료를 뽑아오는 사이에 환복하고, 눈사람까지 만든 모양입니다.
역시 최강의 크리쳐.
체이시 : 아. (눈사람 발견하고 작게 탄성) ...귀엽습니다.
체이시 : 밖에서 만들던 건... (...) 마저 만들죠. 여건이 된다면 말입니다.
콰이로 : 일이 잘 마무리되면... 그러지.
콰이로는 어느새 다 비운 캔을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습니다.
체이시 : (음료 캔 구겨 버린다. 알루미늄 캔이 납작하게 구겨진다... 역시 최강의 인류.)
역시 최강의 인류다운 악력이네요.
그 사이 콰이로는 눈사람에 디테일을 추가합니다.
흉터 같은 모양을 보면... 체이시인가요?
그러곤 먼저 방문을 나섭니다.
체이시 : (눈사람 스치듯 일별하고, 콰이로 뒤로 따라붙는다. 저를 닮았다는 것쯤은 알아본다. 나쁜 기분은 확실히 아니었다)
―현재 시각 오전 11시 30분, 체이시, AOC 본부로 이동.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민 여러분. 안전지대의 치안은 AOC가 담당합니다.]
밖으로 나서는 걸음은 새하얗게 쌓인 눈 위로 묵직하고 정갈한 발자국을 남깁니다.
숨을 들이마시면 여전히 폐의 깊은 부분까지 얼어붙는 듯한 추위, 안전지대의 겨울은 매섭습니다.
날카로운 눈보라가 휘몰아칩니다.
신뢰감 넘치는 슬로건이 적힌 현수막이 그에 따라 휘날립니다.
회색 세계에 걸맞은 회색 건물, 그리고 청색 유리창, 정의와 안전의 상징인 특수 부대 AOC, 이제는 익숙하고 지겹고 끔찍한 당신의 직장입니다.
당신은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이 거대한 단체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나요?
체이시 : (심란한 마음 숨긴 채, 일정한 걸음으로 콰이로 뒤따른다.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부정은 자신이 바로잡아 마땅하다... 파트너가 엮이는 것만큼은 막고 싶다고 소망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제 파트너는 제가 도망치란다고 따를 인간상은 아니었다)
콰이로 : (별 생각 없어 보이는, 평소와 같은 무던한 얼굴이다. 당신이 따라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구태여 한 번 뒤돌아보곤 마저 걸어간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선 로비에는 불이 꺼져 있습니다.
데스크를 담당하던 직원도 보이지 않습니다.
단정하게 깔린 매트를 밟고 앞으로 나아가면, 곳곳에서 따가운 CCTV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텅 빈 로비의 끝에는 엘리베이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오길 줄곧 기다린 것처럼, 엘리베이터는 저절로 입을 벌리고 체이시와 콰이로를 맞이합니다.
범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지금 범의 입안에 머리를 쑤셔 넣으며 그 말을 되뇌고 있는 건 아닌가요?
맞서 싸우는 것만이 강함의 증명은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은 정의를 위해, 예정된 불이익을 감수하고자 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두 사람을 삼키고 단숨에 위로 치솟습니다.
층수를 보이는 패널이 음산하게 깜빡이며 계속해서 높은 숫자를 나타냅니다.
위로, 더 위로, 이 건물의 최고층으로.
꼭 당신의 마지막 기억처럼.
최상층 소강당 안에는, AOC의 전투복을 입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열을 맞춰 정면을 보고 있습니다.
각 잡힌 자세와 특수한 제복, 분명 체이시와 콰이로가 입고 있는 특별 제작 군복과 같은 것입니다.
문득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들은 일반 요원이 아니라, 전부 당신과 같은 최강의 인류들이라는 사실을요.
총 100구역으로 나누어진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담당하는 200명의 특수 부대원, 언제나 2인 1조로 행동하며, 하나하나가 일당백인 최대 전력이라고 할 수 있죠.
평소에는 크리쳐와의 공방으로 바빠서 모일 일이 전혀 없는데, 어쩐 일로 한 곳에 모인 걸까요?
관찰 판정
체이시 : CC<=65 [ 관찰력 ]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4 > 44 > 보통 성공
이 중 몇은 처형대에 올라갈 예정이니 갇혀있다 쳐도 많이 비는군요.
소강당이 아무리 넓더라도 군인이 200명이나 들어갈 수 있을 리가요.
어림잡아도 절반입니다.
그들의 앞으로, 뒷짐을 진 사람이 걸어 올라갑니다.
창백한 인상의 남자가 탁상 위에 놓인 마이크를 고쳐 잡자, 거슬리는 굉음이 울려 퍼집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AOC의 최고 권력자, 소장입니다.
소장은 연설하는 내내 어쩐지 자꾸만 땀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냅니다.
마이크로 웨이브 : 이번 처형식에 관해서는 다들 보도를 통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그들이 저지른 행위가 다름 아닌 안전 지대의 정부에 반하는 테러나 마찬가지인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이고자 극단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누군가가 질문합니다.
요원 :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일반 부대에게 맡기고 중심부로 전원 집합할 만큼의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층부에서는 대규모 폭동이라도 일어나리라 생각하는 겁니까?
마이크로는 다시 한번 땀을 훔치곤 마이크를 고쳐잡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번 바닥으로 추락한 마이크가 또 요란한 소리를 빚어냅니다.
그는 벌벌 떠는 손으로 마이크를 탁상 위에 올리곤 말합니다.
마이크로 웨이브 : 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요즘 안전지대 정부의 대 크리쳐 정책에 반항심을 품은 불순한 단체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최강의 인류인 여러분을 선보이는 것으로 위기감을 줄일 시기입니다. 이번 처형식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언론이 주목할 것이고, AOC와 정부의 힘을 보여줄 좋은 기회입니다.
마이크로 웨이브 :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당신들의 임무는 본부, 더 나아가 안전지대 전부를 지키는 것입니다.
마이크로 웨이브 : 의심하지 마십시오, AOC야말로 정의입니다.
마지막 말만큼은 기묘할 정도로 확고하게 들렸습니다.
연설이 끝난 뒤 소장은 전원 AOC 본부 전체를 돌며 반란 분자가 잠입하지 않았는지 순찰할 것을 명한 뒤 자리를 뜹니다.
군복 무리 사이에는 낯선 얼굴도, 낯익은 얼굴도 보입니다.
콰이로는 체이시에게 낮게 속삭입니다.
콰이로 : 역시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야.
콰이로 : 이 기관의 상층부는 어딘가 미쳐있어. 죽여버린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겠다는 예감이 드는군.
체이시 : (시선 정면에 고정한 채) 예. 단순히 몇 명을 제압하는 것으로 끝날 일은 아닌 듯합니다.
콰이로 : 어쩔 수 없나. ...인질을 찾지.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봐야겠어.
명료한 목소리는 당신을 이끕니다.
두 사람은 다른 대원들처럼 AOC 본부의 순찰을 시작합니다.
광기 어린 연설에 질려버린 자도, 감화된 자도 있지만, 여러분은 무엇인가 이상하다 생각하고 움직입니다. 정의를 위해서요.
―현재 시각 오후 2시 45분, 체이시, AOC 최상층에서 소강당의 집합을 목격.
AOC의 건물은 최상층을 제외하면 총 36층이 있습니다.
조사 전, 체이시는 소장의 연설을 들은 대원들을 무작위로 골라 대화할 수 있습니다.
콰이로 : (아무나 한 명 붙잡습니다.)
콰이로 : 명령 들었지. 소장 말이 옳다고 생각하나?
대원 : ... (주변 황급히 살피곤 조심스레 끄덕입니다.) 상관의 명령이니 따르는 수밖에 없지만, 이런 정의를 따르기 위해서 들어온 게 아니었는데요...
대원 : 제가 지켜야 하는 건 무엇이죠? 저는 지금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걸까요?
체이시 : (짧게 경례하며 대화에 끼어든다) 처형 예정인 대원과 최근에 대화해본 적 있습니까? (...) 이전에 만났을 때는,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대원 : 음... 아뇨. 안면은... 솔직히 저도 거의 없다시피 해요. 다른 구역이다 보니 만날 일이 적어서요.
대원 : ...아,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대원 : 그거 아세요? 근래 들어 시체도 남기지 않고 사망하는 대원들이 늘었거든요. 전부 탈영했다는 소문이 있어요. 윗물이 고여 썩어가니 흘러내리는 걸 참을 수 없었던 걸까요.
대원 : 어쩌면 잡혀있는 대원들도 탈영하려다 걸린... 걸지도요.
체이시 : 탈영? (반사적으로 표정 굳힌다. 유독 인원이 적어 보였던 것은, 혹시.) 대원들이 어디에 수감되어 있는지는 못 들었습니까?
대원 :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명령도 강당에서 처음 들었거든요. (한숨 푹 내쉽니다.) 아마 기밀이겠죠.
더이상 얻을 정보는 없을 것 같습니다.
체이시 : (고개 끄덕여 묵례하고 콰이로 돌아본다)
콰이로 : 여기가 최고층이니, 내려가면서 한 층씩 확인해보지. 접근을 제한하는 구역이 나온다면... (총을 한 번 만지작거립니다.)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체이시 : (손목 한 번 돌리고 파트너 뒤 따른다)
▶29층
상관 : 뭐 하는 거야?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지나가던 상관이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두 사람의 총을 점검하고 지나갑니다.
당신과 콰이로에게 익숙한 대 크리쳐 살상탄과 라이플이지만, 소장의 연설에 따르면 상대는 사람 아닌가요?
대 크리쳐 살상탄의 위력은 확실히 대단하지만, 절대 대인용은 아닙니다.
사람의 행동은 계산으로 쫓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낌새가 이상하다, 말로 내뱉지 않아도 콰이로 역시 위화감을 눈치챈 듯 경각심을 뾰족하게 올립니다.
체이시와 콰이로가 이야기를 나누며 복도 모퉁이를 도는 순간,
크리쳐와 마주칩니다. 전투가 발생합니다!
예? 여기서요? 갑자기요?
당황스럽겠지만, AOC 본부 한복판에서 크리쳐와의 전투입니다.
소리를 들은 다른 대원들의 지원이 올 법도 한데, 오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침입한 걸까요?
혼란스러운 와중 체이시는 깨닫습니다.
이 크리쳐, 처음 보는 형태입니다. 상급인가?
거대한 젤리는 진홍색 촉수를 꾸물거리고 있고, 불어 터진 끔찍한 형체입니다.
체이시, 사격(라/산) 판정.
체이시 : CC<=70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5 > 15 > 어려운 성공
체이시 : 4d6 (4D6) > 12[1,2,4,5] > 12
수많은 진홍 괴물 중, 12마리를 처리했습니다.
남은 수는 40마리.
콰이로 : CC<=95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 > 3 > 대단한 성공
콰이로 : 4d6 (4D6) > 15[3,5,5,2] > 15
콰이로의 훌륭한 서포터로, 남은 수는 25마리입니다.
크리쳐? : cc<=30 흡혈 (1D100<=3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1 > 31 > 실패
크리쳐? : cc<=45 근접전 (1D100<=4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9 > 59 > 실패
상급 크리쳐인지, 무엇인지 모를 것들은 끔찍한 촉수를 두 사람에게 뻗어댑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두 사람이 더 빨랐습니다.
콰이로는 체이시의 보호를 우선하여 움직입니다.
다시, 체이시 사격(라/산) 판정.
체이시 : CC<=70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8 > 48 > 보통 성공
체이시 : 4d6 (4D6) > 12[3,5,1,3] > 12
13마리 남았습니다.
콰이로 : CC<=95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2 > 62 > 보통 성공
콰이로 : 4d6+0 [ 대 크리쳐 살상탄 피해 ] (4D6+0) > 8[2,2,2,2]+0 > 8
아쉽게도, 남은 5마리가 공격해 옵니다.
크리쳐? : cc<=45 근접전 (1D100<=4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2 > 52 > 실패
크리쳐? : cc<=30 흡혈 (1D100<=3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3 > 93 > 실패
크리쳐의 공격은 닿지 않았습니다. 체이시, 사격 판정.
체이시 : CC<=70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5 > 55 > 보통 성공
체이시 : 4d6++0 [ 사격 / 대크리쳐살상탄 피해 ] (4D6+0) > 17[5,4,3,5]+0 > 17
괴물들을 처리했습니다.
전투가 종료됩니다.
이들의 사체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콰이로 : 저런 형태는 처음 보는데. (발끝으로 촉수 덩어리를 툭툭 칩니다.)
콰이로 : 대략 50마리쯤 되나. AOC 본부에 크리쳐 50마리 출몰이라... (말끝을 흐립니다.)
체이시 : 특수한 형태가 침입에 도움이 되었다... 라는 쪽이 낙관적 해석이겠습니다만. (...) 아무래도 본부에서 방조했거나, 적극적으로 가담했음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콰이로 : 소장이 많이 떨던데... 그 자식이 데려왔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겠군.
체이시 : 그렇다고 해도 복도까지 튀어나오는 것은 이상합니다. 본부에서 통제하지 못한 건지... (사체 자세히 살핀다)
관찰, 혹은 지능 판정.
의료 판정도 가능합니다.
체이시 : CC<=65 [ 관찰력 ]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3 > 73 > 실패
지능 판정.
체이시 : CC<=50 [ 지능 ]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5 > 65 > 실패
사체를 살펴봤지만... 역시 모르겠습니다.
다른 층도 같은 상태일까요.
다시 아래층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체이시 : (자리 털고 일어나 계단으로 이동한다)
▶ 15층
AOC 곳곳에서 발포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따라 내려온다면 총을 든 세 명의 대원과 마주합니다.
아니, 이걸 마주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중 한 명은 이미 명을 다해 뒹굴고 있으며, 한 명은 도망치는 중이고, 남은 한 명은 이미 전투 불능 상태입니다.
인기척을 느낀 듯, 살아남은 대원의 배에 주둥이를 대고 쩝쩝거리던 괴물이 고개를 듭니다.
당신을 본 대원이 손을 뻗습니다. 구해줘, 입이 벙긋거립니다.
에너미와 마주칩니다. 전투가 발생합니다!
이제 알아차릴 수밖에 없겠네요.
곳곳에 이상한 괴물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다른 대원들 역시 전투 중이라는 것을요.
크리쳐 62마리가 당신들을 주시합니다.
체이시, 사격(라/산) 판정.
체이시 : CC<=70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 > 9 > 대단한 성공
콰이로 : (끔찍한 광경에 찌풀...)
체이시 : 4d6++0 [ 사격 / 대크리쳐살상탄 피해 ] (4D6+0) > 11[3,2,4,2]+0 > 11
남은 51마리의 크리쳐가 비린내를 풍기며 움직입니다.
회록색 몸통은 미끄럽고 비늘로 뒤덮여 있으며, 물고기와 인간을 섞은 외형입니다.
흉측한 물갈퀴를 지닌 괴물은 공허한 두 눈동자로 이쪽을 바라봅니다.
콰이로 : CC<=95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2 > 92 > 보통 성공
콰이로 : 4d6+0 [ 대 크리쳐 살상탄 피해 ] (4D6+0) > 11[1,1,4,5]+0 > 11
40마리로 줄어들자, 그것들은 철퍽이는 소리를 내며 둘에게 달려옵니다.
크리쳐?? : 1d3+1d6 피해(근접전) (1D3+1D6) > 1[1]+3[3] > 4
크리쳐?? : cc<=30 연속 공격 (1D100<=3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1 > 81 > 실패
콰이로는 체이시를 뒤로 밀쳐내고, 이빨에 그대로 물어 뜯깁니다.
체이시, 사격(라/산) 판정.
체이시 : CC<=70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1 > 91 > 실패
콰이로 : 하, 이쪽에 정신 팔지 말고 집중해.
체이시 : ...죄송합니다.
콰이로 : CC<=95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1 > 91 > 보통 성공
콰이로 : 4d6+0 [ 대 크리쳐 살상탄 피해 ] (4D6+0) > 14[5,2,2,5]+0 > 14
26마리 남은 크리쳐들이 이를 딱딱댑니다.
크리쳐?? : cc<=45 근접전 (1D100<=4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2 > 72 > 실패
크리쳐?? : cc<=30 연속 공격 (1D100<=3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5 > 55 > 실패
그러나 흥분한 그들끼리 얽히고 물어뜯어, 제대로 된 공격이 닿지는 않았습니다.
체이시, 사격(라/산) 판정.
체이시 : CC<=70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9 > 79 > 실패
콰이로 : 그래... 내 팔뚝 맞추지 않는 게 어디냐.
콰이로 : CC<=95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0 > 50 > 보통 성공
콰이로 : 4d6+0 [ 대 크리쳐 살상탄 피해 ] (4D6+0) > 12[3,4,3,2]+0 > 12
크리쳐는 14마리 남았습니다.
크리쳐?? : cc<=45 근접전 (1D100<=4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9 > 29 > 보통 성공
크리쳐?? : 1d3+1d6 피해(근접전) (1D3+1D6) > 1[1]+6[6] > 7
콰이로, 사망합니다.
당신의 파트너는 무차별적으로 덤벼오는 괴이한 것들을 몸으로 막아내다, 이윽고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습니다.
크리쳐?? : cc<=30 연속 공격 (1D100<=3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0 > 50 > 실패
다시 체이시의 턴입니다.
체이시 : (시신 엄호하듯 앞으로 나선다)
체이시 : CC<=70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8 > 48 > 보통 성공
체이시 : 4d6++0 [ 사격 / 대크리쳐살상탄 피해 ] (4D6+0) > 21[5,4,6,6]+0 > 21
파트너의 죽음 때문일까요? 체이시의 탄환은 더이상의 불발을 용납하지 않고 남은 적들을 꿰뚫습니다.
약간의 시간이 더 흐른 뒤, 콰이로가 되살아납니다.
콰이로는 핏물을 대충 털어내고는 당신을 봅니다.
콰이로 : 저 자식들... 크리쳐 맞나?
콰이로 : 다 끝나면 팥사과사이다 하나는 사라.
크리쳐??의 시신을 살필 수 있습니다.
체이시 : (앞서 공격당하던 대원의 생사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대원들의 시체는 처참한 상태입니다.
홀로 살아남은 대원 역시 그 사이에 숨이 끊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같은 AOC, 같은 최강의 이름을 지녔다고 해서 두 사람과 같은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요.
크리쳐가 아닌 이상 더욱 그렇겠죠.
잔혹한 일이지만 살상탄의 보급이 가능합니다.
체이시 : (시신을 앞에 두고 묵례한다. 종교를 가진 적이 없기에 기도는 올리지 못한다. 잘게 떨리는 손으로 탄창을 움켜쥔다)
콰이로 :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어. 너무 마음 쏟지 말도록.
체이시 : ...예. (자책을 숨기지는 못한 채, 입술 사려물며 크리쳐에게 다가간다. 위층에서와 달리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희망하며.)
체이시, 관찰 판정.
체이시 : CC<=65 [ 관찰력 ]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5 > 65 > 보통 성공
이들은... 크리쳐가 아니네요.
당신이 보았던 크리쳐들과는 궤를 달리 합니다.
인간은 아니지만 크리쳐 역시 아닌 것, 이들의 정체는 도대체….
아래층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체이시 : (다른 층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걸음을 서두른다. 머리로는 지난해 읽었던 문서를 복기한다.)
▶ 14층
복도에 그려진 해괴한 문양과 그림을 발견합니다.
문양들은... 중심부의 호실로 이어져 있네요.
콰이로 :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군. ...상층부 몰래 그렸을 리는 없을 테고.
체이시 : 반정부 세력의 소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별뜻 없이 내뱉는다. 문양을 자세히 살펴본다)
문양을 자세히 살펴봐도,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중심부의 호실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체이시 : (의식적으로 콰이로를 앞지른다. 호실의 문고리를 쥐고 소리나지 않게 돌린다)
콰이로 : (바짝 붙어 걷는다. 무슨 일이 생기면 뒤로 물리기 위해, 총을 매어 두 손을 자유롭게 만들어 둔다.)
중심부의 호실, 사무실 전체를 사용해 빼곡하게 그려진 주문진을 발견합니다.
이성 판정 (0/1).
체이시 : CC<=50 [ 이성 ]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5 > 95 > 실패
이성치 1 감소합니다.
정신력 판정.
체이시 : CC<=50 [ 정신 ]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 > 8 > 대단한 성공
대단한 마력의 흐름을 느낍니다. 다른 공간보다 기이하게 온도가 낮네요.
원의 중심에는 네모난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이 진에서는 위화감이 가득합니다.
체이시 : (주위를 짧게 살피고 상자를 향해 다가간다. 열 수 있나?)
열어보나요?
체이시 : (엽니다......)
주문이 흐트러지는 낌새가 보이며 바닥이나 천장에서 촉수, 혹은 정체 모를 관절이 튀어나옵니다.
콰이로 : ...닫아.
콰이로 : 닫으라고, 빨리!!
체이시 : (상자 뚜껑 빠르게 닫고 뒤로 물러난다. 총 올려 겨누고)
제자리에 놓으니 도로 사라집니다.
진 자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체이시 : ...방금 보셨습니까? (미간 있는대로 찌푸린 채... 눈 몇 차례 감았다 뜬다)
콰이로 : 안 봤으면 소리를 쳤겠나.
체이시 : ...환청이었나 했습니다. (마른세수하고 원으로 다가간다. 경계 늦추지 않으며 진 살핀다)
진을 살펴본다면, 오컬트, 혹은 교육 판정.
체이시 : CC<=60 [ 교육 ]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3 > 33 > 보통 성공
진의 글씨는 전부 거꾸로 적혀있습니다.
거꾸로 쓴 글씨로 만든 부적이나 마법진은 '역주문'으로, 불러들이는 쪽이 아닌 쫓아내는 쪽에 가깝다는 정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개 개인이 준비하기엔 사전 준비의 규모가 너무 큽니다.
그렇다면 AOC 측에서?
…소환은 AOC가 저지른 짓이 아닌가요?
도대체 이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콰이로 : (목 부근 가만히 매만집니다.)
체이시 : (이것도 AOC에서 말한 테러 조직의 짓인 건지... 알 수 없어 입 다문다.) ...아래로 이동합니까?
콰이로 : ...일단은.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없으니까.
다른 층으로 이동 전, 체이시는 정신력 판정입니다.
체이시 : CC<=50 [ 정신 ]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0 > 40 > 보통 성공
다시 한 번 마력의 흐름을 느끼고, 해당 층에 무언가 숨겨진 게 있다는 직감을 받습니다. 지금 당장 알아낼 수는 없지만요.
콰이로의 말대로 이동합시다.
체이시 : (기묘한 낙서 재차 뒤돌아보고, 콰이로 앞으로 가 이동한다)
콰이로 : 내가 크리쳐인데.
체이시 : 저도 압니다.
콰이로 : (체이시 어깨 잡아 멈춰 세웁니다.) 이동할 때는 항상, 내가 앞에 선다.
체이시 : (눈 질끈 감았다가) ...예. (엄호하듯, 총 고쳐쥔다)
콰이로 : (앞장서서 이동합니다.)
▶ 4층
상관 : 이 층은 순찰할 필요 없다.
체이시와 콰이로가 진입하자, 낯선 상관이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체이시 : 크리쳐 발생으로 매 층 확인하고 있습니다. ...상부 명령입니다.
상관 : 그럴 필요 없다. 상부 명령을 내가 잘 알겠나, 자네가 잘 알겠나?
체이시 : (콰이로 봄...) 관등성명을 밝혀 주십시오. 신분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물러날 수 없습니다.
상관의 무표정한 얼굴에 얼핏 짜증이 서립니다.
그렇지만, 체이시의 요구대로 해주네요. 특별히 이상한 부분은 없습니다.
콰이로 : (툭, 눈에 안 띄게 체이시 손 칩니다.)
체이시 : (제압하나? 콰이로 봄)
...일단 철수. 콰이로가 체이시에게 수신호합니다.
체이시 : (고개 끄덕이고) ...실례했습니다.
콰이로는 도로 계단을 올라 5층으로 향합니다.
콰이로 : 벽과 배관을 통해 잠입하지. 창문이 열려 있으면 좋겠군.
체이시 : 예, 준비하겠습니다. (복도 훑어 적당한 위치 찾는다)
체이시와 콰이로는 한 층 위로 올라가 창문을 통해 벽과 배관을 타고 내려갑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거미 인간처럼 날아다니며 잠입하는 것보단 훨씬 쉽지 않을까요?
행운 판정.
체이시 : CC<=50 [ 행운 ]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7 > 77 > 실패
아래층 창문은 단단하게 잠겨 있습니다.
창틀을 양손으로 잡고 무릎으로 박살 내며 진입할 수 있습니다.
콰이로 : (닫혀 있군. 배관 잡고 잠깐 고민)
체이시 : 부수겠습니다. (창틀 손으로 단단히 쥐고, 한 발로 창 디뎌 반동 준다)
쨍강!
머지 않아 요란한 소리를 내며 유리가 깨집니다.
그런데, 저런.
유리조각 일부에 베인 것 같네요.
HP -1.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오기 전에 이동해야겠습니다.
본래 이 층은 전부 사무용으로 사용했을 텐데, 지금은 모든 호실의 불이 꺼져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전부 잠겨 있고요.
이곳 역시 14층과 비슷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구석구석에 주문의 흔적 역시 보입니다.
지능 판정
체이시 : CC<=50 [ 지능 ]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7 > 97 > 실패
14층의 중심부에 진이 있었던 것처럼, 4층의 중심부에도 진이 있겠죠.
그 진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4층의 대략적인 구조도는 머리에 있습니다.
중심부에 있는 장소는 404호 사무실입니다.
원래는 ID카드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지만, 라이플로 깨부수고 들어가도 상관없습니다.
체이시 : 조용히 가기에는 틀린 것 같습니다만. 부술까요?
콰이로 : 그러도록. 아까 보니 부수는 데 도가 텄던데. (팔짱 끼고 지켜봅니다.)
체이시 : (라이플 견착하고, 보안장치 겨눈 채 격발한다)
보안장치가 망가지며, 사무실의 문이 살짝 열립니다.
사무실 안은 다른 곳보다 온도가 낮으며, 안에 있던 데스크 및 설비들이 전부 비워진 상태입니다.
손목과 발목이 묶인 채로 쓰러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아까 본 것과 같은 거꾸로 적힌 주문진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체이시 : (가까이 다가가 호흡 여부 확인한다)
그들은 정신을 잃었을 뿐, 아직 살아있습니다.
오늘 자정 처형이 예고된 당신과 콰이로의 동료들로, 무고한 최강의 인질이네요.
목숨은 붙어있지만 계속해서 상태가 나빠지고 있습니다.
콰이로 : .... 이 이상한 진 때문에 그러는 모양인데.
체이시 : 확인하겠습니다. (팔 아래를 잡고 끌어 진에서 떨어뜨린다. 느리게 다가가 진 자세히 살핀다)
콰이로는 순순히 물러납니다.
14층 주문진의 중심에 있던 것.
4층의 중심에는 최강의 인류들이 그것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중심에서 끌어내지 않으면 상태는 계속 나빠질 것 같습니다.
콰이로 : (언제든 발사할 수 있도록 총 고쳐쥡니다.)
콰이로 : 뭐가 나오든 괜찮아. 마음 가는대로 해.
체이시 : ...감사합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다가가 앉는다. 반동 이용해 어깨에 짊어진다. 짧게 숨 내뱉고 진 바깥 향해 발 내디딘다)
또다시 해당 호실에 에너미들이 소환됩니다.
당신이 업어 끌어낸 인질은 정신을 차리지만, 당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사색이 되어 소리칩니다.
"어째서 여기까지 온거야, 이건 함정이라고!"
전투 태세를 위해 콰이로가 문을 등지고 라이플을 고쳐쥐는 순간,
그리고 인질이 외치는 순간,
여러분에게 달려들던 괴물들의 머리가 일제히 터집니다.
그 파괴력, 탄환 특유의 굉음, 분명히 대 크리쳐 살상탄입니다!
반사적으로 돌아본 여러분들의 맞은편, 사무실의 문가에는 AOC 제복을 입은 여섯 명의 대원들이 라이플을 든 채 서 있습니다.
혼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안도감으로 인해 생긴 느슨한 1초,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탄환은 다시 한번 찾아옵니다.
여섯 명의 대원들이 일제히 총을 겨누고 발포합니다.
체이시에게?
아뇨, 다른 사람도 아닌 콰이로에게요.
"―――!"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주변으로 또다시 붉은 액체가 튑니다.
어쩐지 익숙한 상황이지 않나요?
누군가의 세상이 한 바퀴 돌고, 그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펼쳐집니다.
가슴을 꿰뚫린 콰이로가 주저앉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붉은 선혈을 머금은 입가가 오므려지고 펴지며 말을 전하려 하지만, 치미는 혈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쏟아냅니다.
그와 동시에 쿵!
404호 사무실 문가에 두꺼운 철책이 연달아 3개나 내려옵니다.
체이시는 혼란스러운 상황, 그리고 요란한 소리에 정신이 팔려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로 갇혀버립니다.
6명의 대원 앞에 나타난 소장이 철책의 틈 사이로 여러분을 보고 있습니다.
소장은 라이플로 콰이로의 머리를 쏩니다.
확인사살, 이네요.
소장의 표정에 드러난 감정은 명백한 공포, 그리고 혐오입니다.
도로 콰이로에게 시선을 돌리면, 그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습니다.
소장은 라이플을 내린 뒤 철책을 한 번 걷어차곤 등 뒤의 대원들을 향해 돌아봅니다.
마이크로 웨이브 : 먹잇감을 문 건 둘 뿐인가요. 뭐, 됐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실을 함구해주세요. 수고 정말 많으셨습니다. 당장 목숨은 보전해드리겠지만, AOC 전원은 자정까지 이곳에 있어 줘야겠습니다.
체이시 : (철책의 틈으로 라이플 겨누지만, 손이 선명히 떨려 위협조차 되지 못한다. 문득, 총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찾아드는 것은 선명한 자책, 동반하는 후회. 응답하지 못할 파트너를 호명하는 대신, 신음을 삼키며 대원들을 입을 연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았습니까?
소장을 지키고 선 대원들은 응답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소장만이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 행동합니다.
당신이 말을 걸자 크게 겁먹은 기색을 보입니다.
체이시 : ...제가 괴물 같아 두렵습니까? 저는 누가 만든 괴물입니까. (어금니 악물고 콰이로 앞 막아선다. 여전히 총구 정면에 겨눈 채, 눈길조차 주지 않고서 방금 업어 나른 인질에게 말 건다)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마이크로 웨이브 : ...무슨 설명이 필요한지 모르겠군요. 여기 있는 이들은 처형 대상자. 그들을 구하려던 당신들도, 마찬가지로 죄인입니다. 게다가... (콰이로 시신 보곤, 못 볼 걸 봤다는 듯 눈 돌립니다.) 어차피 그건 크리쳐잖습니까? AOC의 소장이 크리쳐를 죽인 게 무엇이 문제입니까?
아무리 콰이로와 체이시가 진실을 알고 있다 해도, AOC가 관여한 직접적 증거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는 그렇게 말하겠죠.
체이시 : -인간입니다. (짓씹듯, 말하고) 말씀하신 죄는 제가 단신으로 저지른 일입니다. 다른 수감자들은 내보내십시오.
마이크로 웨이브 : ... 아, 물론 겉보기에는 인간이지요. (손수건을 꺼내어 땀을 닦아내고는) 둘이 창문을 부수면서까지 접근한 걸 확인했습니다. 고의성이 아주 짙다고 할 수 있죠. 또... 다른 이들은 이미 큰 죄를, 저질렀고요.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발버둥쳐도 빠져나갈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럼, 이만.
소장과 여섯 명의 대원들은 그렇게 자리를 뜹니다.
―현재 시각 오후 7시 15분, 체이시, 인질 확인. 4층 격리된 방에 갇힘.
소장이 떠난 뒤 콰이로의 시체를 지키고 있으면, 인질 중 하나가 의식을 되찾습니다.
그 이름은 안전 지대의 또다른 최강자, 에보니 그린입니다.
에보니 : ... 으. (머리를 짚습니다.)
체이시 : (콰이로 옆에 꿇어앉은 채 시선만 옆으로 돌린다) ...천천히 일어나십시오. 기절하기 전의 일이 기억납니까?
에보니는 잠깐 주변을 둘러보다가, 상황을 파악한 듯 자초지종을 설명합니다.
에보니 : ...저 분, 크리쳐시죠? 제 파트너도 그렇거든요. 최근, 많은 크리쳐 대원들이 탈영을 시도했습니다. AOC가 저지른 크리쳐 실험의 자세한 내막이 암암리에 밝혀져서요. 저 역시 제 파트너에게 있었던 일을 알고 동료들과 함께 소장을 찾아가 담판을 지으려 했습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모든 걸 덮으려 할 줄은 몰랐지만요.
에보니 : 한순간이었어요, 순식간에 습격당해서 눈을 떠보니 이런 꼴이 되어버렸더라고요.
체이시 : AOC대원을 대상으로 한 인체실험을 묻기 위해 무고한 대원을 사살하고자 했다는 말씀입니까? (잠시 입 다물었다. 그동안의 저희는 얼마나 안일했던가.) 그려진 진과 낙서에 대해서도 아는 부분이 있습니까.
에보니 : ...AOC는 과도한 크리쳐 실험으로 인해 인간이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분야의 지식과 너무 밀접하게 접촉해버렸어요. 어쩌면 신을 부르기 위한 소환 의식과 연구는 크게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그건 우리에게 신앙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저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인기척을 느꼈기에 찾아올 뿐이죠. 존재만으로 안전지대만의 모든 인간들이 멸절하겠지만요.
에보니 : 정부 측에서는 이것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음을 사흘 전에 알게 됐어요. 저지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란 것도 알았죠. 그러니 AOC 대원들이 필요했던 거예요. 듣기로는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했다더라고요. 아마도 자기들만 살아남기 위해 우릴 방패로 쓰려는 게 아닐까요?
에보니 : 일단, 역주문을 발동하는 아티팩트가 부족해 함정을 설치한 건 확실해요. 진상을 알아버린 저희를 포함해서, 탈주한 대원들을 이곳으로 소환해 마력을 바치도록 한 거죠. 이대로 여기 갇혀 있으면 마력을 전부 빼앗겨서 죽어버릴 거예요. 이런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텐데도, 신을 쫓을 방법은 없으니까요.
체이시 : ...다른 방법이 있을 겁니다. 인명을 바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임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조금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우선 이곳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아야 할 듯 한데, 내부 수색을 도와주시겠습니까.
에보니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니 돕겠습니다. (철창을 확인해 보더니, 잠시 콰이로의 총을 빌려 잠금장치 쪽을 조준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방호용으로 제작된 철책인지 부서지지 않습니다.
에보니 : 무력 탈출은 안되겠네요. ... 이걸 어쩐다.
대화를 나눈 뒤에도 콰이로는 깨어나지 못합니다.
상처를 살펴보면 회복이 턱없이 느립니다.
아까 콰이로가 죽을 때 느꼈던 기시감, 익숙한 감각입니다.
문득, 체이시는 1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립니다.
어쩌면 콰이로의 크리쳐로서의 삶도 끝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어떤 절망감, 그리고 끔찍한 침묵이 분위기를 잠식할 무렵, 철책 너머로 누군가가 나타납니다.
살짝 절뚝이는 걸음걸이, 회색 중절모, 두꺼운 정장 코트를 걸친 자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체이시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의문의 조력자 : 이런, 어떻게 된 건가 살펴보러 왔는데.
외알 안경 속 침침한 눈은 더듬더듬 당신의 얼굴을 훑습니다.
체이시 : ...누구십니까? (콰이로 앞 막아서며 철창 가까이로 다가선다)
그 와중, 에보니는 마력 부족 때문인지 식은땀을 흘리며 기절합니다.
아픈 다리를 두어 번 주무른 이는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 철책 건너편의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의문의 조력자 : 저는 여러분이 크리쳐라고 부르는 것들을 만들었습니다. 인간들은 저희 종족을 '미고'라고 부르더군요.
체이시 : 본인께서 인간이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표정 굳힌다. 선뜻 납득할 수는 없었으나 크리쳐가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인간이 크리쳐가 되는 상황만큼이나 믿기 어려울까.) 신적인 존재가 침습하고 있다고 전해들었습니다. 도움을 주실 수는 없습니까?
의문의 조력자 : (당신을 물끄러미 봅니다.)
의문의 조력자 : 믿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인간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선천적으로 다리가 하나 없이, 그리고 비교적 멍청하게 태어난 탓에 동족들에게 비웃음을 샀지만… 이런 저라도 부정당할 이유가 없다는 걸 가르쳐준 사람이 있거든요. 예, 사람이라고 해야겠죠.
의문의 조력자 : 저는 인간이 만든 영화를 보고 변했습니다. 스스로 사랑하게 되었고, 부족한 지식이나마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몇몇 인간은 제가 본 게 고작 클리셰 SF 영화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말이죠, 그런 작품에도 감화되는 자가 있다는 걸 아십니까?
의문의 조력자 : 흔한 구조, 뻔한 전개, 유치한 연출, B급이라고도 하죠. 하지만 그 끝에는 결국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위대한 거예요.
의문의 조력자 : 비록 이 땅에 정착한 이후 인간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믿고 기대하며 여러분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조차 저를 비웃더군요. 영화 속 이야기는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요. 그런 환상적인 감동을 선사할 세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의문의 조력자 : 그 이야기가 아름다웠던 이유는 기술과 과학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었음에도.
의문의 조력자 : 저는 줄곧,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용기를 보여줄 사람을, 오로지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어리석고 사랑스러운 만용을, 다시 한번 그날의 감동을 제게 보여줄 사람을.
철책이 내려간 바닥의 틈새로 무언가 굴러옵니다.
작은 쇠붙이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곧 체이시는 새파란 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손에 넣습니다.
의문의 조력자 : 오늘 자정, 소환된 무지성의 신으로 인해 인류는 멸망합니다. 예방 차원에서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인간들에게 제 말은 역시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거든요. 이곳을 오래오래 사랑했지만 이만 떠나볼까 합니다.
의문의 조력자 : 어디에 있든 저는 그날 저를 바꾼 메시지를 잊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작별 선물이에요,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역시 첫 번째 인간 알파인 당신에게 드리는 쪽이 좋을 것 같군요.
그 말을 남기고 미고는 사라집니다.
체이시 : (열쇠로 문이 열리는지 확인해봅니다............)
열쇠를 사용하면 철책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차가운 물체를 손바닥에 쥐면, 수정은 희미하게 빛을 발합니다.
그 용도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콰이로는 그제야 회복하고 정신을 차립니다.
간단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까요.
콰이로 : (핏물 털어 보다가, 옆 대원들 보곤 진을 지워봅니다.)
체이시 : (지워지나? 옆에 앉아 진 문질러본다) ...크리쳐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존재에게서 무지성의 신에 의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예고를 들었습니다. ...기절해 있는 대원도 비슷한 증언을 했습니다.
콰이로 : ....?? ... (잠깐 상황 파악하느라 멈춥니다.) 내가 들은 게 맞다면... 곧 세계가 멸망한다, 이 소리인가?
진은 지워집니다.
인질들이 하나 둘 깨어나기 시작하네요.
1년 전 당신처럼 회복이 더뎌졌다는 사실도, 알려둬야겠습니다.
체이시 : 오늘 자정이라고 말하더군요. 선뜻 납득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소장의 반응으로 보아 사실인 듯 합니다. (몸 일으키며) 저는 멸망을 막아 보려 합니다. 동행해 주십시오.
콰이로 : 네가 가는 곳에는 내가 있어야 하니까, 그건 당연한 말이고. (곰곰 생각하는 듯하다가) 4층에야 함정이 있었다지만, 14층에는 정확히 무엇을 숨겨둔 건지 확인하지 않았지. 자정이 되기 전에 다시 확인하러 가볼까.
에보니 : 저는 상황을 모르고 있는 대원들에게 도움을 구해 볼게요.
체이시 : (에보니에게 묵례하고, 잡고 일어나라는 양 콰이로에게 손 내민다)
콰이로는 당신의 손을 잡고, 가뿐히 일어납니다.
콰이로 : 회복까지 얼마나 걸렸지?
체이시 : 이전처럼 빠르지 않았고, 환부의 회복이 상당히 더뎠습니다. (앞장서 문 빠져나가며) 선배님께서도 이제 크리쳐의 육신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전투 발생 시 안전에 유의하십시오.
콰이로 : (제 손 보다가) 다음날이 된 건 아니잖아. 네 경우를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아직 괜찮겠군. 그만하면 됐어.
콰이로는 당신의 뒤를 따라 문을 빠져나갑니다.
―현재 시각 오후 10시 55분, 체이시, 탈출. 진상에 근접.
14층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아까 본 괴물들의 소환 빈도는 확고하게 늘었습니다.
전투 발생.
진홍색 촉수를 가진 괴물이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괴물의 수를 어림한 콰이로가 앞으로 나섭니다.
체이시, 사격(라/산) 판정.
체이시 : CC<=70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 > 7 > 대단한 성공
체이시 : 4d6++0 [ 사격 / 대크리쳐살상탄 피해 ] (4D6+0) > 15[5,3,4,3]+0 > 15
34마리 남았습니다.
콰이로 : CC<=95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1 > 61 > 보통 성공
콰이로 : 4d6+0 [ 대 크리쳐 살상탄 피해 ] (4D6+0) > 18[5,6,6,1]+0 > 18
16마리 남았습니다.
크리쳐? : cc<=45 근접전 (1D100<=4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6 > 76 > 실패
크리쳐? : cc<=30 흡혈 (1D100<=3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9 > 29 > 보통 성공
크리쳐? : 3d10 근력 저하(흡혈) (3D10) > 22[3,10,9] > 22
콰이로의 근력이 일시적으로, 22 저하합니다.
콰이로 : (쯧, 혀 찹니다.)
다시 체이시의 턴입니다.
체이시 : (콰이로 짧게 돌아보고)
체이시 : CC<=70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0 > 70 > 보통 성공
체이시 : 4d6++0 [ 사격 / 대크리쳐살상탄 피해 ] (4D6+0) > 14[1,6,3,4]+0 > 14
콰이로 : CC<=95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6 > 16 > 대단한 성공
콰이로 : 4d6+0 [ 대 크리쳐 살상탄 피해 ] (4D6+0) > 14[4,6,3,1]+0 > 14
두 사람은 괴물을 깔끔히 처리했습니다.
서두르세요!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위층으로 오르던 두 사람은 또다시 괴물 무리를 마주합니다.
체이시의 턴입니다.
체이시 : CC<=70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8 > 98 > 실패
콰이로 : CC<=95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6 > 56 > 보통 성공
콰이로 : 4d6+0 [ 대 크리쳐 살상탄 피해 ] (4D6+0) > 11[2,3,5,1]+0 > 11
콰이로 : 괜찮으니까, 집중.
21마리의 어인이 덤벼옵니다.
크리쳐?? : 1d3+1d6 피해(근접전) (1D3+1D6) > 1[1]+6[6] > 7
콰이로, HP -7.
크리쳐?? : cc<=30 연속 공격 (1D100<=3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 > 1 > 대성공
추가 대미지가 발생합니다.
대성공이므로, 콰이로는 최대치인 9의 대미지를 받습니다.
콰이로, 사망.
체이시의 턴입니다.
체이시 : CC<=70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4 > 14 > 대단한 성공
체이시 : 4d6++0 [ 사격 / 대크리쳐살상탄 피해 ] (4D6+0) > 20[6,3,6,5]+0 > 20
당신은 크리쳐 한 마리를 남겨두고 전부 쓸어버립니다.
크리쳐?? : cc<=45 근접전 (1D100<=4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1 > 61 > 실패
크리쳐?? : cc<=30 연속 공격 (1D100<=3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1 > 81 > 실패
다행히, 어인의 손톱은 당신에게 닿지 않았습니다.
다시 체이시의 턴입니다.
콰이로가 놀라운 정신력으로 부활합니다.
체이시 : CC<=70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2 > 22 > 어려운 성공
체이시 : 4d6++0 [ 사격 / 대크리쳐살상탄 피해 ] (4D6+0) > 16[6,3,1,6]+0 > 16
괴물은 전부 처리했습니다.
콰이로 : ..지체할 시간 없어. 위로.
체이시 : 죄송합니다. 이동하겠습니다. (콰이로 돌아보고, 빠른 걸음으로 층계 오른다)
거듭되는 전투에 두 사람의 체력은 떨어지고, 정신력은 흔들립니다.
마침내 14층에 도달하면, 체이시 관찰 판정입니다.
체이시 : CC<=65 [ 관찰력 ]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4 > 64 > 보통 성공
복잡한 진의 문양, 약간의 주문, 그리고 착시를 교묘하게 이용해 가린, 숨겨진 이 공간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탐지 후 체이시는 심지어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사실까지 깨닫습니다.
공간을 들어가기 위해선 마력 1D3을 지불해야 합니다.
마력 사용에 반응한 듯 수정 목걸이가 푸르게 빛납니다.
이 아티팩트 덕분에 이곳을 찾아낼 수 있었군요.
다만, 평범한 입장은 아닙니다.
체이시와 콰이로는 불청객이며, 마력을 사용해 공간을 찢고 침입하는 것뿐이니까요.
공간은 현실에서는 USB처럼 작은 크기의 데이터 박스입니다.
겉보기엔 작지만 침입하면 제 3의 공간이 펼쳐집니다.
간신히 침입한 공간은 거대한 도서관과도 같습니다.
이곳은 평범한 도서관이 아닌 사이버 데이터로 빼곡한 도서관입니다.
수록된 데이터는 어림잡아도 테라, 페타, 엑사, 제타, 요타바이트를 넘어선 용량으로,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광경에 이성 판정 (0/1).
체이시 : CC<=49 [ 이성 ] (1D100<=4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6 > 16 > 어려운 성공
체이시는 간신히 상황을 파악합니다.
이곳은 하나의 방주입니다.
인류 멸망 후 한 조각이라도 더 정보를 남기기 위한….
꽂힌 자료를 무작위로 하나 뽑을 수 있습니다.
체이시 : (손을 뻗어 잡히는 것을 끌어당긴다)
정보, 어느 학자의 수기를 입수합니다.
도서관의 중심에는 수백 명의 아이가 잠들어 있습니다.
정부 요원으로 보이는 한 명의 나이 든 여성만이 눈을 감고 흔들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아이처럼 자고 있나요? 아닙니다.
그는 눈을 감고 이 어마어마한 정보의 방주를 단신으로 관리하며, 계속해서 채워 넣고 있습니다.
방주의 관리자 : 누구신가요? 어른이 들어올 자리는 없습니다. 아이와 데이터만으로도 방주는 이미 만원이니까요.
NPC. 방주의 관리자와 마주합니다.
체이시 : 이 공간의 존재이유는 멸망의 대비입니까?
여길 알아차리고 들어올 정도라면 이미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인류 멸망을 예감한 정부와 AOC의 긴급 프로젝트로, 통칭 《인류 생존 작전》의 중심인 방주입니다.
이 세계의 중요 정보, 지식과 문화를 전부 문서화 해서 저장해두었습니다.
무지성의 신이 지구를 휩쓸고 멸망시켜도 일부나마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체이시 : 저희는 멸망을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알고 계십니까.
멸망을 초래한 건 인류입니다.
크리쳐 관련 실험을 한 것도, 무지성의 신을 불러낸 것도 전부 인류의 소행이죠.
사전에 경고하지 않은 것도 아니며, 당신들에게는 재앙을 막을 시간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가진 데이터에 기반해 판단했을 때에는 그렇군요.
콰이로 : 어른은 들어올 수 없다고 했지. 당신은 어떤 자격으로 방주에 타고 있는 거지?
저는 마력으로 운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램, 방주의 관리자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당신들이 뚫은 구멍을 보수하느라 연산이 밀려서요.
수정을 넘기다니, 그도 결국 이곳을 떠났나 보군요.
체이시 : 미고 씨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분도 방주의 관리자였습니까?
그는 제 제작자이며, 해당 방주 역시 미고의 손을 빌려 제작한 것입니다.
작은 만큼 견고하며,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의 강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AOC와 정부는 방주를 만들 만큼의 기술력을 갖추지는 못했습니다. 그랬기에 도움을 준 것이죠.
말을 마친 방주의 관리자는 잠시 뜸을 들이다 이어나갑니다.
여러분의 침입을 감지, 제 관리자에게 송신했습니다.
강제 보안 해제로 방주 운용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외부로부터 무작위로 발생한 CCTV 영상 메시지가 1건 있습니다.
관리자의 손짓 한 번에 인터페이스 위로 화질 나쁜 영상이 재생됩니다.
AOC의 수뇌부, 그리고 정부 요인들이 둥글게 둘러앉은 회의실이 촬영된 영상입니다.
상당히 흐트러진 분위기입니다. 어찌나 거센 회의가 오갔는지, 어떤 사람의 관자놀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흘이라니, 턱없이 부족합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여태 이야기를 귀로 듣긴 들은 겁니까? 방법이 없다니까요."
"적어도 이 사실을 아는 자들과 그 가족만큼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조치를,"
"안 됩니다. 이번만큼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조용히!"
가장 높은 직책으로 보이는 사람이 일어섭니다.
"우리는 어찌나 무지한 인간들이었습니까, 후회가 막심합니다. 명예도, 부도, 권력도 재해 앞에서는 다 아무 소용 없는 것을…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 말에 일동, 침묵합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뒤늦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과욕이 불러일으킨 재앙을, 책임지지 못한 불편한 죄책감을.
입을 뗀 자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남은 시간은 앞으로 사흘, 저는 책임지고 이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류에게 저지른 대죄는 속죄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남은 시간 동안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전원, 인류와 함께 죽어주십시오. 적어도 수 천 년의 지식과 가능성의 씨앗을 품은 우리의 아이들만이라도…… 남길 수 있도록."
추가 전송된 메시지가 32건 있습니다.
169건 있습니다.
429건 있습니다. 일괄 확인 요청.
그 말이 끝나자, 체이시와 콰이로의 주위로 청색 스파크가 일며 수백 개의 화면이 나타납니다.
LOADING.
하나하나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영상은 저절로 흘러갑니다.
지나치게 많은 화면은 화면 위에 겹쳐지며 또 다른 화면을 만들어내고,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음성이 귀를 괴롭힙니다.
어떤 영상에는 AOC에서 발생하는 괴물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대원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어째서 자신이 방주에 탑승할 수 없냐고 항의하는 고위층 인사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방주에 딸을 태우고 흐느껴 우는 과학자 부부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최상층 구석에 처박혀 머리를 감싸 쥐고 벌벌 떨고 있는 소장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AOC 대원들에게 "우리를 지켜라!" 라고 연신 연호하는 정부 사람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도망치는 AOC 대원들이, 어떤 영상에는 패배하고 죽어버린 AOC 대원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비명을 지르는 시민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도심에서까지 소환된 괴물들이 주위 사람들을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상황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최전방에서 생체형 크리쳐와 싸우는 일반 대원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를 누리는 안전지대 외곽지역의 주민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당신의 지인이, 친구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살아남은 AOC 대원들이 수백, 수천 마리의 괴물에게 맞서 싸우는 영상이 보입니다.
누군가가 말합니다.
"AOC를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야. 나는…"
그다음은 잡음이 섞여 들리지 않습니다.
마지막 영상의 화면은 두 사람의 시야를 꽉 채울 정도로 커집니다.
AOC의 옥상, 그 위로 검은 번개가 내리치더니 하늘이 개벽합니다.
무언가 내려앉고 있습니다.
고작 신체 일부가 드러났을 뿐인데도 안전지대 하늘의 1/4을 덮습니다.
그 이름은 무지성의 신, 목도한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은 충격적인 공포,
인간의 멸망을 예감한 체이시는 이성 판정 1D3/1D5
체이시 : CC<=49 [ 이성 ] (1D100<=4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6 > 16 > 어려운 성공
이성치 3 감소합니다.
설정값 변경.
푸른 수정의 주인인 여러분을 방주의 수호자 자격으로 동승 허가합니다.
승인 및 입력 완료까지 앞으로 10분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메시지의 앞에 팝업 메시지가 발생합니다.
―현재 시각 오후 11시 40분, 체이시, 최후의 지령 획득.
인간이 감히 생존할 인간의 기준을 제단하고 정하는 것만큼 오만한 일이 있을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임이 분명합니다.
콰이로 : ... (당신 쪽을 돌아봅니다.) 눈사람, 마저 만들어야지.
콰이로 : 저 무식한 신이란 게 내려오면, 기껏 만들어둔 것까지 부서질 것 같은데.
콰이로 : 내가 할 말은 1년 전과 같아. 비록 그 끝에 있는 게 좋은 결말이 아니더라고 해도, 난 그저 맡은 바를 다할 뿐이지. 어떤가? 이번에도 함께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나?
체이시 : (눈앞의 팝업에서, 파트너에게로 시선 전이한다. 묵묵히 고개 끄덕이고) 이번에는 명령이 아닌 신념으로 움직이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함께해주시겠습니까.
콰이로 : 부탁인가. ...별 걸 다 묻는군. (답변에 마음이 편해졌다는 듯, 어깨를 돌려 몸을 풀곤 한숨 뱉는다.) 혼자 가게 둘 수는 없지. 파트너니까.
체이시 : (설핏 미소짓는다) 이번에는 짐이 되지 않겠습니다.
콰이로 : ...짐덩이가 말은 잘해.
체이시 : 파트너라고 불러주셨잖습니까.
체이시와 콰이로를 보다가, 관리자는 무표정으로 말합니다.
체이시, 콰이로 님의 신체 능력, 그리고 적의 능력을 대조했을 때, 승률은 0.000194%입니다.
생명 부지를 위해 가지 않는 쪽을 권장합니다.
어떻게 대답해도 관리자는 '수치'에 기대 판단을 내리는 기계일 뿐입니다.
콰이로 : 0%는 아니란 거군.
체이시 : 개인의 삶보다 중요한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 저희의 사명입니다.
체이시와 콰이로의 의지가 굳세보이자,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곤 문을 만들어줍니다.
방주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남은 시각은 10분 남짓, 거대한 신이 AOC 위에 완전히 착륙하면 그땐 모든 게 늦습니다.
모든 것들이 진절머리 나도록 싫어졌음에도 이 도시를 지키고자 했다면, 당신의 머리는 가장 빠르게 회전합니다.
최속으로 '그것'에게 닿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 창밖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헬기를 운전 중인 에보니와 그 파트너, 나타샤입니다.
둘다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헬기의 사다리를 창가 쪽으로 던집니다.
에보니 : 저쪽으로 가려는 거죠? 근처까지 데려다줄게요.
나타샤 : 우리는 지금부터 근처 시민들을 대피시킬 거예요. 끝나는 대로 도우러 오겠습니다.
에보니 : 그때까지 이곳을 부탁해도 될까요?
체이시 : 예. 맡겨주십시오. (한 손으로 사다리 움켜쥐고, 콰이로에게 손 내민다)
콰이로 : (기꺼이 손 맞잡고, 사다리에 오른다.)
시간 끌기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은 헬기에 탑승한 모두가 알고 있지만, 구태여 지적하지 않습니다.
지키고자 하는 마음만은 진짜니까요.
그 마음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행동은 전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체이시와 콰이로가 사다리를 붙잡으면 헬기는 높게 치솟습니다.
하늘 위에서 잿빛 도시를 내려다보면, 어두컴컴한 도시의 곳곳에는 연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최강의 인류인 당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메아리칩니다.
그야말로 인류 멸망에 걸맞는 풍경입니다. 이성 판정 (1/1D3)
체이시 : CC<=46 [ 이성 ] (1D100<=46)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8 > 48 > 실패
이성치 2 감소합니다.
옥상 부근까지 접근하면 콰이로가 당신을 붙잡습니다.
"가지." 라는 말이 떨어지면, 장애물 하나 없는 하늘 위로 두 사람이 뛰어내립니다.
헬기는 점점 멀어지고, 가속도가 붙은 몸뚱이가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면……
체이시와 콰이로는 맨몸으로 전장에 뛰어듭니다.
때는 자정, 장소는 옥상, 하늘 가득히 차지한 무지성의 신은 안전 지대를 집어삼키기 위해 악몽 같은 몸체를 부풀립니다.
체이시와 콰이로는 1년 전 그 날처럼 전투 태세를 갖춥니다.
그때와 다른 것은, 최강의 적이었던 서로가 등을 지켜준다는 점일까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공포조차 힘으로 바꾸지 않으면 승리의 길은 없습니다.
집중하세요.
자정 이후의 내일을 그리세요.
반드시 찾아올 아침을 소망하며, 인류를 위해 맞서 싸우세요.
아자토스의 찌꺼기
말 그대로 몸부림치는 혼돈, 검은 물결의 연속입니다.
부정형의 몸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수축했다 늘어납니다.
그 존재가 완전히 현신하는 순간, 인류는 먼지가 되어버릴 것입니다.
전투를 시작합니다.
순서는 체이시-콰이로-아자토스의 찌꺼기입니다.
체이시, 사격(라/산) 판정.
체이시 : CC<=70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6 > 76 > 실패
콰이로 : (괜찮다고 말하듯, 앞으로 튀어 나옵니다. 총을 들어 엄호합니다.)
콰이로 : CC<=95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 > 4 > 대단한 성공
콰이로 : 4d6+0 [ 대 크리쳐 살상탄 피해 ] (4D6+0) > 13[4,2,2,5]+0 > 13
아자토스가 부정형의 몸을 움찔입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 1D5 (1D5) > 1
아자토스의 찌꺼기 : cc<=100 근접전 (1D100<=10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7 > 17 > 대단한 성공
아자토스의 찌꺼기 : 1D20 (1D20) > 5
아자토스의 끝이 콰이로를 시험하듯 건드립니다.
그 작은 몸짓만으로도, 콰이로는 크게 밀려나 휘청입니다.
콰이로, HP -5.
체이시의 턴입니다.
체이시 : CC<=70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3 > 93 > 실패
다음 라운드부터 체이시의 의지로 인해, 보너스 다이스가 부여됩니다.
콰이로 : (아무렇지 않은 듯 공격을 이어 나갑니다.)
콰이로 : CC<=95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9 > 59 > 보통 성공
콰이로 : 4d6+0 [ 대 크리쳐 살상탄 피해 ] (4D6+0) > 16[2,2,6,6]+0 > 16
아자토스의 찌꺼기 : 1D5 (1D5) > 2
아자토스의 찌꺼기 : (꾸물거리며 무언가를 준비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 6D6 (6D6) > 16[4,1,1,5,3,2] > 16
아자토스가 HP를 회복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 cc<=100 근접전 (1D100<=10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4 > 44 > 어려운 성공
아자토스의 찌꺼기 : 1d20+0 피해(근접전) (1D20+0) > 3[3]+0 > 3
찌꺼기에서 떨어진 부정형의 물질들이 콰이로를 긁어내고 지나갑니다.
체이시, 사격(라/산) 판정.
체이시 :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체이시 : CC(+1)<=70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1] > 82, 92 > 82 > 실패
콰이로 : 내가 한 번 죽어야 각성하나?
콰이로 : (나름 농담이었다.)
콰이로 : CC<=95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1 > 61 > 보통 성공
콰이로 : 4d6+0 [ 대 크리쳐 살상탄 피해 ] (4D6+0) > 14[5,4,4,1]+0 > 14
아자토스의 찌꺼기 : 1D5 (1D5) > 4
아자토스의 찌꺼기 : 6D6 (6D6) > 30[5,5,5,5,5,5] > 30
그때,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크게 요동칩니다.
그것은 손상된 부분을 수복하는 것 같더니,
콰이로의 몸체를 사정없이 두들깁니다.
괜찮은가요?
system : [ 콰이로 ] HP : 3 → 0
그럴 리가 없죠.
system : [ 콰이로 ] HP : 0 → 11
콰이로는 당신을 지키겠다는 일념만으로 놀라운 속도의 회복력을 보여주지만,
system : [ 콰이로 ] HP : 11 → 0
연격에 죽었다가.
system : [ 콰이로 ] HP : 0 → 11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합니다.
다시, 체이시의 턴입니다.
체이시 : CC(+1)<=70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1] > 27, 7 > 7 > 대단한 성공
체이시 : 4d6++0 [ 사격 / 대크리쳐살상탄 피해 ] (4D6+0) > 12[2,2,2,6]+0 > 12
콰이로 : 훨씬 낫네... (부정형의 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중얼입니다.)
콰이로 : CC<=95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5 > 95 > 보통 성공
콰이로 : 4d6+0 [ 대 크리쳐 살상탄 피해 ] (4D6+0) > 12[3,2,1,6]+0 > 12
아자토스의 찌꺼기 : 1D5 (1D5) > 2
아자토스의 찌꺼기 : (희망을 가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단 듯, 크게 꿈틀입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 6D6 (6D6) > 30[4,5,6,5,5,5] > 30
system : [ 아자토스의 찌꺼기 ] HP : 76 → 100
아자토스의 찌꺼기 : (순식간에 두 사람의 공격을 없던 일로 만들고는,)
아자토스의 찌꺼기 : 1d20+0 피해(근접전) (1D20+0) > 4[4]+0 > 4
아자토스의 찌꺼기 : (다시 한 번 콰이로를 후려칩니다.)
콰이로의 소생 횟수는 얼마나 남은 걸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다시 체이시의 턴입니다.
체이시 : CC(+1)<=70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1] > 34, 84 > 34 > 어려운 성공
체이시 : 4d6++0 [ 사격 / 대크리쳐살상탄 피해 ] (4D6+0) > 15[2,6,1,6]+0 > 15
콰이로 : CC<=95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4 > 54 > 보통 성공
콰이로 : 4d6+0 [ 대 크리쳐 살상탄 피해 ] (4D6+0) > 19[5,2,6,6]+0 > 19
아자토스의 찌꺼기 : 1D5 (1D5) > 2
아자토스의 찌꺼기 : 6D6 (6D6) > 15[1,2,1,6,2,3] > 15
아자토스의 찌꺼기 : 6D6 (6D6) > 23[4,3,6,5,2,3] > 23
아자토스는 잠시 회복하면서 턴을 넘깁니다.
체이시의 차례입니다.
체이시 : CC(+1)<=70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1] > 20, 40 > 20 > 어려운 성공
체이시 : 4d6++0 [ 사격 / 대크리쳐살상탄 피해 ] (4D6+0) > 17[2,6,5,4]+0 > 17
콰이로 : CC<=95 [ 사격 (라이플/산탄총)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3 > 63 > 보통 성공
콰이로 : 4d6+0 [ 대 크리쳐 살상탄 피해 ] (4D6+0) > 15[3,5,4,3]+0 > 15
아자토스의 찌꺼기 : 1D5 (1D5) > 5
아자토스의 찌꺼기 : 6D6 (6D6) > 24[5,4,6,6,2,1] > 24
아자토스의 찌꺼기 : 1d20+0 피해(근접전) (1D20+0) > 13[13]+0 > 13
아자토스의 찌꺼기 : 1d20+0 피해(근접전) (1D20+0) > 1[1]+0 > 1
아자토스의 찌꺼기 : 1d20+0 피해(근접전) (1D20+0) > 18[18]+0 > 18
아자토스의 찌꺼기 : 1d20+0 피해(근접전) (1D20+0) > 1[1]+0 > 1
아자토스는 몸을 회복하고도,
부정형의 몸으로 콰이로를 죽여버립니다.
자잘하게 뻗어나는 공격을, 당신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체이시, HP -2.
그러나 치명적인 공격은, 콰이로가 전부 막아줍니다.
그렇게 콰이로는 수 차례 버틴 뒤 쓰러집니다.
앞으로 한 번 제대로 맞으면, 콰이로는 사망할 것입니다.
압도적인 패배, 그리고 끝을 예감합니다.
당신의 예리한 감은 어떻게 해도 이 상황의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무뎌져만 갑니다.
쓰러진 콰이로의 위로 다시 한번 공격이 내리쳐옵니다.
너덜너덜한 몸에 저 공격을 맞으면 아무리 알파형 크리쳐라도 수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 역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미 부러진 다리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고, 라이플의 탄환은 전부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끝입니다. 주마등이 스쳐 지나갈지도 모르겠네요.
패배를 직감한 순간, 콰이로를 내리치던 끈적한 검은 촉수가 굉음과 함께 궤도를 틉니다.
요란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잿빛 하늘 위로 수십 대의 전투기가 떠 있습니다.
그중 하나의 문이 열리더니 에보니가 고개를 내밉니다.
관찰 판정.
체이시 : CC<=65 [ 관찰력 ]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2 > 22 > 어려운 성공
나타샤가 소장의 머리에 총을 대고 협박하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소장은 벌벌 떨다가, 눈을 꾹 감고 외칩니다.
마이크로 웨이브 : 전원, 표적에 사격 개시!
안전지대의 총 전력, 살아남은 AOC 대원들이 맞서 싸웁니다.
벼락이 내리치고 땅이 쪼개지는 듯한 폭발음, 그리고 어마어마한 화력에 거대한 괴물도 움직이지 못하고 멈칫합니다.
행동을 멈춘 틈을 타 몇몇 대원들이 전투기에서 뛰어내리며 계속해서 사격합니다.
"포기하지 마, 맞서 싸워!!"
찢어질 듯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체이시는 깨닫습니다.
당신은 홀로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와 동시에 깨닫습니다.
이 전력으로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한 가지 묻겠습니다. 지금까지 당신은 무엇을 위해 싸웠나요?
체이시 : (고개를 들어 망연한 표정으로 하늘을 응시한다. 의무, 구속, 혹은 강제... 지금까지의 투쟁의 의미는 거기에만 있지 않았다. 옳다고 생각했으니까...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그 정의는 옳았던가. 나약한 이의 아집에 그친 것은 아니던가...)
그럼에도 나아가겠습니까? 당신의 대답은 무엇입니까?
체이시 : (그만두고 싶다고, 짧게 생각한다. 그릇된 정의로 타인이 상처입는 것이 무서워서... 그러나 함께하겠다고 말한 파트너는 자신이 그에게 얽매여 꺾이기를 바라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체이시 : 이대로 부서질지언정 꺾이지는 않겠습니다... (숫제 탄식에 가까운 읊조림 흘리고)
당신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목걸이 끝에 매달린 수정이 뜨거워집니다.
주변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리게 흘러갑니다.
계속해서 맞서 싸우겠습니까?
체이시 : (총을 지지대 삼아, 다시 한 번 몸을 일으킨다) 끌어들여서 죄송합니다. ...당신의 짐덩이입니다.
어떠한 목소리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힘을 거머쥐겠습니까?
체이시 : (조용히, 고개 끄덕인다)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수정이 한층 더 달아오릅니다.
그 결과, 인간으로서 죽을 수 없게 되더라도?
체이시 : (묵묵히 고개 끄덕이고) 껍데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류를 위해 사용되는 것만이 저의 목적입니다.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수정은 불에 타는 듯한 열을 내뿜습니다. 닿은 살갗은 녹아내립니다.
소중한 사람과 헤어지게 되더라도?
체이시 : (고개 돌려, 콰이로 응시한다) 감사했습니다, 선배님.
체이시 : (곧은 눈길로 수정 움켜쥔다. 대답하듯.)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당신의 주변으로 증기와 함께 세찬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열기는 당신의 온몸에 전이됩니다.
말하세요. 당신이 바라는 건 어떤 힘인가요?
체이시 :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파트너도, 다른 대원들도, 민간인들도. (...) 막아낼 수 있을 정도의 힘이면 충분합니다.
대답한 순간, 수정은 철컥, 소리와 함께 네 조각으로 나뉘며 작은 바늘을 드러냅니다.
당신이 이걸 받아들인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이성도, 모든 기억도 전부 휘발된 채 크리쳐로 변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싸우겠다면, 포기하지 않고 싸울 만큼 당신에게 지킬 것이 있다면.
그 바늘을 사용하세요.
수정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아니, 당신 내부에 남은 크리쳐 세포가 속삭였을지도 모르죠.
온 세상이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체이시 : ...내일 뵙겠습니다. (이루어지지 못할 말 남기고, 살갗에 바늘 찔러넣는다)
바늘이 몸에 주입된 순간 피가 뜨겁게 끓어오릅니다.
단순명료한 이야기, 이것으로 당신은 다시 알파형 크리쳐가 됩니다.
하지만 그때와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힘이 찾아옵니다.
수십, 수백 번을 죽어도 죽지 않는 그 모든 생명력이 단 한순간에 집약된, 셀 수 없이 목숨을 포기해야만 얻을 수 있는 끔찍한 힘이,
지금의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광기가 치솟습니다. 이 세계를, 곁에 있는 존재를 파괴하고 싶어.
하지만 그만큼 강한 의지가 치솟습니다. 이 도시를, 곁에 있는 존재를 지키고 싶어.
고출력의 힘을 채 감당하지 못한 당신의 몸이, 그릇이 부서져 갑니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다잡으세요. 자신을 놓지 마세요.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영웅이 될 시간입니다.
또다시 찾아온 데우스 엑스 마키나, 혈관을 타고 흘러온 기계 장치의 신이 당신을 장악합니다.
바늘이 꽂힌 자리 주변으로 수백 개의 새파란 인터페이스 창이 발생합니다.
근력, 정신력…? 이게 다 무슨 소리죠?
인터페이스 위에 적힌 단 하나의 문장만이 당신을 독촉합니다.
《더욱 강한 힘으로 다시 태어나세요.》
체이시,
근력 판정.
체이시 : CC<=270 [ 근력 ] (1D100<=2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8 > 38 > 대단한 성공
체이시 : 270d3++0 [ 비무장 피해 ] (270D3+0) > 0[]+0 > 0
ERROR.
당신의 힘은 시스템을 넘어섰습니다.
체이시의 공격이 부정형의 몸체를 날려버립니다.
그것으로 모자라, 부정형의 신이 있던 자리의 구름이 걷히고 하늘의 별이 보이네요.
마지막 타격의 충격으로 AOC 본부가 붕괴합니다.
신의 절명과 함께, 하늘을 차지하던 악몽은 산산조각 납니다.
충격의 여파로 체이시의 몸 역시 튕겨 나가, 아래로 추락합니다.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 몸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떨어지는 당신의 손목을 잡습니다.
콰이로입니다.
당신의 선배이자, 파트너.
덜덜 떨리는 팔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게 분명한데도, 놓지 않습니다.
놓을 수 없습니다.
그 표정은 절박합니다.
당신은 콰이로가 이제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깨닫습니다.
잿빛 도시에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것으로 원점입니다.
회색 도시,
눈보라,
겨울,
크리쳐인 나와 인간인 너.
죽어가는 나.
살아갈 당신.
체이시의 몸은 발끝부터 잘게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지만, 전혀 아프지 않습니다.
오로지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합니다.
콰이로 : ... ....
콰이로가 무언가 말하지만, 잘 와닿지 않습니다.
이것이 끝임을 직감합니다.
눈이 내립니다.
살아남은 안전도시의 눈입니다.
이 세계는 영원히 겨울일 것만 같습니다.
당신이 보지 못하는 봄은 언젠가 찾아오겠지요.
마침내 되는 것은 타고 남은 재일까요, 세상에 내려앉는 눈일까요.
자, 작별 인사를 읊을 시간입니다.
체이시 : 선배님에게 저는 아직, 인간입니까?
콰이로의 입술이 달싹입니다. 그의 말은 들리지 않지만.. 인간이 아니게 되더라도 상관 없어, 넌, 언제까지고 내 파트너다.
콰이로 : (이내, 당신이 제 말을 듣지 못한다는 걸 깨닫곤 느리게 끄덕입니다.)
체이시 : 눈사람, 못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부탁드린 거였는데...
체이시 : 해가 뜨면 눈은 끝내 녹겠지요. 볕 아래서 살아가십시오.
콰이로 : (흩어지리란 사실을 직감하고 있으면서도, 당신의 팔을 꾹 힘주어 잡습니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를 악뭅니다.)
눈이 내립니다. 당신의 머리 위에도, 눈이 살짝 쌓이다 이내 통과해 버립니다.
눈이 쌓였다면 그 작은 눈사람처럼 보였을까요.
모를 일입니다.
창가에 두고 온 그 엉성한 눈사람이 떠오르는 것은.
"해가 뜨면 눈은 끝내 녹겠지요. 볕 아래서 살아가십시오."
콰이로가 당신을 놓은 게 먼저였을까요, 당신의 손끝까지 전부 흩어져버린 것이 먼저였을까요.
체이시는 이제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음에도, 재가 휘날리는 눈밭을 맨손으로 할퀴듯 긁으며 당신을 찾는 콰이로의 모습을 봅니다.
멀지 않은 미래, 안전지대는 영웅의 이름을 칭송하며 역사에 기록합니다.
당신은 오래오래 기억될 거예요.
ED 3. 볕 아래서 살아가십시오.
체이시 로스트, 콰이로 생환.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체이시는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간신히 제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면, 요란한 색의 조명이 눈을 찌릅니다.
당신은 눈밭이 아닌 번화가 한복판에 누워 있었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구토감이 밀려옵니다.
"괜찮으세요?"
누군가가 말을 걸지만, 그 얼굴은 두 겹, 세 겹으로 겹쳐집니다.
하늘을 나는 승용차가 빠르게 그 옆을 스쳐 지나가고, 드론이 거리 한복판에 신문을 배부합니다.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 걸린 전광판에 콰이로의 얼굴이 걸려 있습니다.
잠깐, 콰이로의 얼굴이라고요?
애초에 여긴 어디죠?
이 초등학교 과학 상상화에 나올 법한, 과하게 발전된 SF 도시는 도대체 뭔가요?
체이시가 당황하거나 말거나, 전광판 속 콰이로는 낯선 모습입니다.
그는 왼쪽 눈에 안대를 차고, 달라붙는 검은 코트를 입은 채 느슨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크리쳐 사태 종식 이후 100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 마침내 선포합니다.
안심하십시오, 시민 여러분. 세계는 영원히 '안전'할 것입니다.
―그날로부터 시간이 흘러,
마지막 이야기의 배경은 100년 후.
준비되었다면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영웅에게 걸맞은 최후를 준비해두었습니다.
And 나를 두고 영웅이 된 너에게.
체이시 생환? 콰이로 생환?
'티알 > 조사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COC | 조사팀] 괴물묵시록 (0) | 2024.02.08 |
---|---|
[COC | 조사팀] 괴물예찬론 (0) | 2024.02.08 |
[COC | 조사팀] 크리그어 ZERO (0) | 2024.02.05 |
[COC | 조사팀] 크리그어 TFR (0) | 2024.02.05 |
[COC | 조사팀] 크리그어 1 (0) | 2024.02.05 |